학내 미화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대학생들을 만나다

어느 대학이든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묵묵히 고생해 주시는 미화노동자 분들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며, 경우에 따라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거나 휴게공간 조차 없는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해 있기도 한다. 지난 5월 13일에 일어난 일명 ‘경희대 패륜녀 사건’을 기억하는가. 여학생 휴게실에서 청소하고 계시던 미화노동자 어머니께 한 여대생이 막말을 한 사건 말이다. 그러나 이 사건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는 대학생들도 있다. 3~4년 전부터 학내 미화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활동하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 우리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한 미화 노동자 분이 쓰레기 봉투를 나르고 있다. 이처럼 미화 노동자들은 우리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굳은 일을 하고 있다. ⓒ 건대신문사

 우리대학과 가까운 세종대에는 ‘한 식구’라고 하는 학생모임이 있다. 지난 2007년, 학생회 활동을 통해 미화노동자들과 만나 친분을 쌓던 한 학생이 이 분들의 근로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 결국 ‘한 식구’라는 단체로 활동하게 됐다. 이들은 지난해 미화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찍은 사진들로 사진전을 개최했고, 미화노동자들로부터 직접 들은 그들의 노동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거기 있었다」라는 책으로 엮어 펴내기도 했다.

▲ 세종대 '한 식구'에서 활동하는 한 학생이 학내 미화 노동자들의 사진을 찍고 있다. ⓒ 세종대 한 식구 제공
▲ 세종대 '한 식구'에서 진행한 학내 미화 노동자의 실태를 알리는 사진전. ⓒ 세종대 한 식구 제공

2006년 학생들의 자체적인 미화노동자 실태조사에서 시작된 연세대의 ‘살맛’이라는 학생모임 회원들은 미화노동자들과 함께 노력한 끝에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또한 기존 노동강도보다 완화된 주 5일 4시간이라는 개선된 근로조건을 얻어내고 하청업체로부터 체불된 임금을 돌려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해서 미화노동자들을 도울 생각을 하게 된 것일까? 세종대 ‘한 식구’에서 활동하는 최다혜(신문방송4) 학생은 “대학에 입학한 2007년에 이랜드 비정규직 해고 사태가 일어났는데, 그때 ‘내 주변의 어머니뻘인 분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하는 생각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학내에 계신 미화노동자 어머님들의 권리가 보장되길 바라는 심정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늘 마주치지만 낯설게 느껴지는 미화노동자들에게 다가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이들은 매일 같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고민을 나눈다. 이화여대의 비정규직 노동을 고민하는 학생모임에서 활동하는 한 학생은 미화노동자들을 도울 수 있는 작은 실천에 대해 이렇게 조언한다. “같은 학내 구성원으로서 이분들의 존재를 인식하고 노고를 생각해본다면, 미화노동자 분들이 일하시고 계신 모습 등을 알리는 행동이 이뤄질 수 있어요.”
▲ 세종대 학생이 미화 노동자 휴게실에 찾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 세종대 한 식구 제공
뭔가 대단한 게 필요한 게 아니다. 작은 관심,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 딱 그 정도면 된다. 강의 들으러 가는 길 혹은 화장실에서 우리를 위해 대신 허리 굽혀 청소하시는 분들이 어떻게 일하고 계신지, 식사는 하고 계신건지 한번쯤 생각해보자. 이 분들을 생각하는 마음씀씀이가 작은 인사말로 또 다른 행동으로 점점 번져나간다면 미화노동자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끊이지 않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 지난 5일 '청소노동자의 행진' 집회에 참여한 미화 노동자들이 크게 웃음짓고 있다. 우리 대학생들의 도움이 보태진다면 일상의 힘든 근로 속에서도 이들이 한껏 미소지을 수 있지 않을까. ⓒ 건대신문사

 

힘들때 딱 한걸음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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