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통령의 이름은 무엇일까요?’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할 학우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자신이 살아가는 국가의 행정을 책임지는 사람으로, 현재 나아가 미래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우들이 재학 중인 대학의 행정을 책임지는 총장의 경우는 어떠할까?

대다수의 학우들이 총장의 모습을 나름대로 설명하는데 노력했으나 ‘오명 총장’이라는 이름은 맞추지 못했다. 한 학우는 “대학에 총장이 있어요?”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바로 올해가 새로운 18대 총장을 선임하는 때라는 사실을 아는 학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대학의 총장은 학생 지도와 교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하며 감독하는 대학교를 대표하는 기관장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대학 총장은 안으로는 행정과 의사결정 과정을 총괄하고 업무를 집행하며 밖으로는 대학을 대표하는 최고위 인사”라며 “교직원 임명, 예산편성 및 집행, 학칙 및 관련 규정의 제⋅개정 등의 중요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총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학 안에서 총장이 가지는 권한은 막대하다. 그런 만큼 어떤 인물이 총장이 되느냐에 따라 대학의 방향, 성패가 결정되기도 한다. 교수협의회 이성수(공과대ㆍ기계공 교수) 회장은 “폭풍이 부는 바다에서 배가 안전히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련한 선장이 꼭 필요하다”며 “대학을 대학구성원이 함께 탄 배라고 생각해보면 글로벌화 등으로 급변하는 정세에서 비전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의 노력을 응집시켜 좋은 교육이라는 목표를 향해 배를 나아가게 하는 선장이 바로 총장”이라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대학의 주역인 학생이라면 당연히 어떤 사람이 총장이 되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총장에 따라 큰 변화를 맞이한 대학이 적지 않다. 1991년 설립돼 단기간에 아시아 최상위권 공과대학으로 급부상한 홍콩과학기술대의 경우, 폴 추 총장의 지도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방법의 옮고 그름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겠지만 폴 추 총장은 2005년부터 ‘기존의 관행보다 새로운 생각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기본으로 학문 융합, 엄정한 교수평가 등을 시행하여 홍콩과학기술대를 크게 변화시켰다. 반면 우리나라 경기대학교의 경우 2004년, 교비횡령으로 인해 총장이 사법처리 되었을 뿐 아니라 교내에 임시이사가 파견돼 물의를 일으키는 등 엄청난 진통을 겪기도 했다.

총장을 선임하는 방식이나 기구 등은 각 대학마다 다르다. 모든 학내구성원이 일정한 비율을 나눠 직접 투표를 하기도 하고 반대로 일방적으로 이사회에서 지명하여 총장을 선임하기도 한다. 그에 따라 해당 대학 학우들의 참여 여지도 천차만별인데 우리나라는 사립은 물론이고 국⋅공립 대학까지도 대학구성원으로서 학우들의 참여가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 때문에 학우들은 총장 선임 과정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별다른 참여 통로가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무관심으로 연결되고 이는 더욱 참여가 배제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비상대책위원회 김무석(수의과대ㆍ수의학2) 위원장은 “총학생회장을 대신해서 학생대표를 맡고 있는 비상대책위원장인데도 대학본부로부터 총장 선임에 관한 정보를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며 “학우들의 의견을 간단하게 제쳐버린 데에는 학우들이 총장 선임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학우들이 총장 선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대학본부에서도 이와 같은 행동을 보이지 않고, 진정으로 학우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분이 총장으로 선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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