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이 파는 잡지 『빅이슈』…7월 한국판 발행
‘구걸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것(Hand Out)이 아닙니다. 일을 위해 손을 들고(Hand up) 있습니다!'
노숙인(홈리스)에게만 잡지의 판매권리를 부여하는 대중문화잡지 『빅이슈』의 슬로건이다. 노숙인이 『빅이슈』를 판매할 때는 한 손으로 이 잡지를 높이 든다. 거리에서 『빅이슈』를 한 손으로 들고 있다는 것은 스스로가 노숙인인 것을 당당하게 알리며, 노동을 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반잡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잡지, 『빅이슈』의 기원은 어디서부터 일까. 이 잡지는 지난 1991년 영국 지하철 내 노숙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화장품 기업인 ‘더 바디 샵’의 고든 로딕과 존 버드, 두 사업가가 생각해낸 아이디어였다. 『빅이슈』는 소셜ㆍ엔터테인먼트지를 표방하기 때문에 잡지 안의 내용은 문화이슈가 주를 차지하고 더불어 노숙인의 일상에 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빅이슈』는 첫 발행 이후 점차 시민들의 호응을 얻으며 발전을 거듭해 현재는 영국ㆍ호주ㆍ일본 등 세계 8개국에서 독립적으로 발행되고 있다.
『빅이슈』는 재능 있는 젊은 청년들이 일종의 재능기부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구상하고, 이 잡지의 정신에 공감하는 개인과 기업ㆍ공공기관의 기부와 후원에 의해 만들어진다. 완성된 『빅이슈』는 노숙인 중에서 벤더(판매자, 빅판이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를 선발해 판매한다. 『빅이슈』의 가장 큰 특징은 노숙인에게만 판매권이 있기 때문에 자활사업 모델이라는 점이다. 노숙인들에게 ‘『빅이슈』 판매’라는 일종의 일자리를 주는 판매사업은 그들이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가격으로 잡지 1부 당 3000원 정도인데 1600원이 벤더의 수입이 된다고 한다.
이 잡지가 드디어 한국에 『빅이슈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상륙한다. 2008년도에 인터넷에서 창간준비모임이 만들어진 후 올해 7월 창간호 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에는 창간준비호를 발행했고, 5월에는 『빅이슈코리아』가 서울시의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다. 시민단체 ‘홈리스 행동’의 이동현 간사는 『빅이슈코리아』 창간에 대해 “생산직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에서 『빅이슈코리아』가 노숙인의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보전의 기회를 줄 수 있는 측면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숙인들이 『빅이슈코리아』를 통해 생계유지를 하면서 나아가 더 나은 자립환경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빅이슈코리아』 박인훈 대표는 창간준비호 머리말에서 “우리는 판매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지는 잡지가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잡지를 사기만 해도 기부가 되는 대중문화잡지 『빅이슈』. 한국에서의 행보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