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벌은 졸업앨범 촬영 중! 돈으로 산 추억? ‘인생역전’ 복권? 스무세살 대학생이 있는 추억

“찰칵 찰칵”

“웃는 게 더 이쁘네. 웃어! 웃어! 다시 한 번!”

“하하하 오버하지 마, 선 안 들어와!”

청바지, 면바지 일색이던 장한벌에 예식장가는 복장이 무더기로 출현하고 있다. 한편, 그 뒤의 남정네들은 초상집 분위기인데… 연한 초록빛깔이 내뿜는 푸르름이 코앞에 펼쳐져 있다. 축제도 끝나고 캠퍼스에 이제 무엇이 남았나? 1, 2 ,3학년은 이제 공부 좀 해볼까 하겠지만 4학년은 이제부터 바빠진다.

“사진 찍는 것 때문에 다른 생각은 전혀 안 들고 그저 설레네요.” 일생일대의 한 번 밖에 없는, 그 유명한 졸업앨범 찍는 날이 오고야 만 것. 지난 5월 21일 일어교육과부터 시작된 졸업앨범 만들기는 오는 6월 5일 체육교육학과까지 그 긴장감을 차례로 전염시키며 한 판 난리를 피울 태세다. 취업 걱정, 학점 관리 그리고 주변의 눈초리로 어깨가 무겁던 4학년들은 모처럼 색다른 즐거움이 있는 외출로 한껏 들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하다. 피부 관리를 위해서 평소보다 수면시간은 늘어나고 술, 담배는 당분간 사양. 그것 뿐인가. 부지런한 사람은 이미 시간 여유가 있는 중간고사, 축제 기간에 맛사지, 성형수술까지 마쳤다.

“머리, 화장 때문에 미용실 가는 것은 보통이고, 돈 있는 사람은 메이크업 담당자까지 대동해요. 비용이야 최소 5만원부터 1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죠.” 이거 돈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사진 찍겠나! 아예 학생회 자체에서 메이크업을 준비하는 여대보다 정도는 약하지만 우리학교 역시 졸업앨범에 투자하는 규모, 결코 작지 않다.

“더운데 이렇게 신경쓰는 거… 어느 정도 이유가 있죠. 대학 졸업앨범은 사회진출이나 결혼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고 하는데, 투자하는 셈치고 예쁘게 찍는 것 아니겠어요?” 졸업예정자와 졸업앨범 사이엔 ‘혼기 맞은 신부와 신랑’이 있다. 그리고 이들은 마담뚜와 결혼정보회사에 의해 상품으로 등급이 매겨지고, 선택받은 인생역전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이 한 장의 졸업앨범 사진에 기대한다. 청년실업, 그 길고 어두운 벽을 뚫고 나가기 위한 혹은 부유지향을 위한 대작전은 이렇게 이제 대학가에서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오랜만에 이렇게 동기들이 한자리에 모이니까 좋네요.” 학교의 굴레를 벗고 사회로 첫 발을 내딛기 위한 젊음의 고뇌는 잠시 제쳐둔, 4학년들은 03학번 새내기들보다 더 수다스럽다. 그 속내가, 내 앞에 놓인 현실이야 어떻든 지금은 졸업앨범 촬영이 한창이고 여기서 만난 동기들이 반갑기만 하다. 서로의 안부도 묻고, 사진 찍는 포즈를 보며 농담도 던지면서 한없이 싱그러운 5월의 막바지를 보낸다.

“대학생들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4학년 때는 취업이나 진로 때문에 더 심각해요. 앞으로는 학내 분위기를 바꾸어 ‘소비’와 ‘향락’ 중심에서 벗어나 소규모 잔디밭 파티나 행사를 열어 동기들과 함께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 어느 학생의 말따라 이제 졸업앨범 찍는 날은 사진 찍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같은 과 학우들이 모여 색다른 공동체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졸업앨범에 자신이 예쁘고 깔끔하게 나오기를 바라지 않는 학생은 없다. 그러나 외모로 여성의 능력과 가치를 평가하는 사회분위기에 굴복하여 예쁘고 참한 신부감으로 치장하기보다는, 당차고 자유롭게 동기들과 스무세살만이 만들 수 있는 사진을 연출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예쁜 풍선이나 고깔모자, 개성 있게 쓴 피켓을 사용해도 좋다! 훗날 앨범을 뒤적이며 정지된 사진 속에서, 그 날의 유치했지만 마냥 즐거웠던 추억을 되새겨보자. 심히 ‘유시민스럽다’고? 어색한 속눈썹과 미스코리아 마냥 힘껏 말려진 머리보다는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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