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영화제에서는 이주여성, 이주아동, 인권탄압 등 다양한 주제의 23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 중 국내 대중적 영화감독이 만든 작품들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가 감독으로 나선 작품도 눈길을 끌었다. 이에 인상 깊었던 이주노동자 영화 중 2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박찬욱 감독
1999년 서울의 한 섬유공장. 보조 미싱사로 일하던 네팔 노동자 찬드라는 동료와 다툰 후 길거리로 나선다. 그러다 공장 근처 식당에서 라면을 시켜먹는데 지갑이 없어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식당주인은 계산을 하지 않는 그녀를 경찰에 신고한다. 공장에서만 살며 한정된 생활을 했던 그녀는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당황스럽고 낯설기만 하다. 경찰은 말까지 더듬는 그녀를 보고 행려병자로 취급해 정신병원에 머물게 한다. 병원관계자들에게 자신이 네팔인이라고 주장해보지만 정신 나간 소리로 치부해버린다. 결국 그녀는 6년 4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머물다 고국인 네팔로 돌아가게 된다.

이 영화가 실화이지만 ‘믿거나 말거나’라고 제목을 붙인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풍자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닐까?

<형들의 이야기> 로빈 감독
방글라데시에서 온 로빈은 이주노동자 미디어 교육으로 영상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의 주변에는 같은 방글라데시에서 온 이주노동자 ‘형들’이 많다. 그는 카메라를 들어 직접 ‘형들’에게 한국 생활에 대해 물어본다. 로빈이 형들에게 “한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일이 무엇인가?”하고 묻자 “그런 것은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느껴본 적도 없다”란 가히 충격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어떤 형은 “매일 딸과 전화를 해서 한달에 전화비만 30만원 가량 나온다”며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들 중엔 추운겨울 난방이 되지 않는 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있고, 새벽까지 근무하지만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들의 권리를 제대로 찾지 못한다. 불법체류자인 그들의 신분 때문에 쉽게 체념하고 포기해버린다.

이 다큐멘터리는 이주노동자가 직접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 형식으로 직설적이고 솔직한 것이 특징이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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