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나 국내 작가 배은숙의 ‘강대국의 비밀’ 등 로마의 흥망성쇄에 관한 책들이 하나같이 지적하는 로마의 성공과 쇄락의 이유는 간단하다. 로마가 작은 도시국가에서 거대한 세계제국으로 성장한 배경은 뛰어난 지도자를 중심으로 구성원들이 똘똘 뭉쳐져 있었고 모두가 공유하는 비전이 있었다. 로마의 성공 배경에는 무엇보다 수많은 시민과 평범한 군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권리의 주장 이전에 자신의 맡은 바 의무를 다했으며 국가와 대의를 위해 스스로 희생할 줄 알았다. 그리고 로마의 멸망은 시민계급이 진취성과 비전을 상실하고 현실에 안주하기 시작했을 때 시작됐다는 것이다. 어디 로마뿐이랴. 역사에서 그러한 예는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다. 무릇 그 사회의 구성원들이 진취적이고 땀과 노력을 감내하는 분위기가 넘쳐날 때 그 사회와 국가는 눈부시게 발전했으며 나태와 안주와 갈등과 책임회피의 분위기가 팽배할 때 그 사회의 기력은 쇠잔해져 결국 이민족의 지배하에 들어갔던 것이다.

크게는 국가나 사회, 작게는 관공서 회사 학교 등 모든 조직에는 그 나름의 조직문화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기존의 익숙하던 것을 바꾸고 새롭게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경우 그 조직문화는 크게는 두 가지 양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바로 ‘방어적’과 ‘건설적’이라는 두 가지 문화다. 건설적 문화는 사회와 기술의 변화에 대해 외향적이며 적극적으로 호응한다. 건설적 문화를 가진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있어서 부서 간 협력과 개인적 책무의 수행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방법의 문제일 뿐이다.

반면 방어적 문화는 변화를 거부한다. 그들은 고객이나 수용자 중심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부서 단위 또는 개인의 이해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는 기술과 사회의 변화가 느리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방어적 문화로도 큰 문제는 없었고 나름대로의 생존이 가능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러한 문화로는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요구와 동종업계와의 경쟁과 혁명적인 기술변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우리 학교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몫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방향으로의 개혁이 성공하면 전국 5대 사학으로 도약할 것이고 땀과 노력을 거부하고 현재에 안주하면 도약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 시점에서 신임 김 진규 총장이 제창한 i-SMART는 개혁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리학에 관한 수많은 논문들이 지적하듯이 시험적인 시도의 성공여부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만약 구성원들이 변화를 거부한다면, 아마도 변화는 뿌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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