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클래식 음악이나 순수미술은 대중예술과는 별개의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전통 예술인들은 일반 대중과는 다른 세계에서 사는 사람이었고 일반대중이 순수 예술과 친해지기는 쉽지 않았다. 시인과 소설가들 중에도 순수문학은 대중문학과는 차원이 다르며 일반 대중의 수용을 전제로 작품 활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가 어려웠고 순수 예술과 대중은 점차 멀어져만 갔다.

하지만 어떤 예술도 소비 기반이 와해되어버리면 존속할 수가 없게 된다. 중세의 음악과 미술 문학 등 순수예술이 찬란한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도 그 당시 봉건영주와 귀족계층 등 탄탄한 소비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중세 봉건사회가 무너진 뒤에는 새롭게 나타난 신흥 자본계급과 시민사회의 지적 추구가 순수예술의 소비시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이제 순수예술에 대한 이해와 소비가 중산층의 교양을 입증하는 바로미터가 되는 시대는 지났다. 중산층이든 서민대중이든 누구나 대중예술을 즐기고 심취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대중이 어렵고 골치 아픈 순수 예술을 기피하고 대중예술 쪽으로 쏠리는 시대에 순수예술 쪽에서 나타난 큰 변화중 하나가 대중화다. 순수예술이 높은 연단에서 스스로 내려와 대중 속으로 걸어 들어간 것이다.

이는 바네사 메이의 음악과 근래 들어 대중의 절대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지컬에서도 그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권위를 자랑하던 크고 작은 교향악단이 직장과 지하철역사 병원 등에서 연주하는 관경도 이제는 낮 설지 않게 됐다. 최근의 시는 한 세대 전에 비해 쉽고 친근해졌고 소설도 이제는 형이상학적이고 초현실주의적 소설보다는 보다 쉽게 읽히고 공감할 수 있는 소설이 주류를 이룬다.

인문학도 마찬가지다. 문학과 사학 철학 등으로 대표되는 인문학은 한 때 대학 강당의 전유물인 것처럼 인식된 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대학의 인문학이 적극적으로 대중 속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9월 13일부터 17일까지 우리대학 인문학연구원이 주관한 ‘2010 인문주간 축제행사는 매우 뜻 깊은 행사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후원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인문주간 행사는 2008년부터 전국 15개 대학과 문화단체가 주관기관으로 선정되어 열리고 있는데 우리대학 인문학연구원은 시민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 내는 역량을 평가받아 3년 연속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올해의 행사에서 우리대학 문과대 교수들은 교내 컴퍼스, 건국대병원, 경복궁, 한강유람선 선상, 광진구 일원 등에서 다양한 ‘생활 속의 인문학 축제’를 이끌었다. 이 행사들은 큰 성공을 이뤘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들과 유치원 원생들까지도 참여해 행사를 즐겼다는 전언이다. 이는 곧 대중 속에 인문학의 뿌리를 내리는 작업이기도 하다. 우리대학 인문학연구원의 이 행사가 해가 갈수록 더욱 확대되고 발전하여 한국의 대표적인 대중 참여형 인문학 행사로 자리잡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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