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임대료 긍정적이나 공급량 턱 없이 적어

사람이 살아가는데 기본적으로 필요한 세 가지는 의식주다. 상경한지 얼마 되지 않는 대학생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뭘까? 먹는 것과 입는 것으로 큰 고민을 하진 않지만 ‘사는 곳’으로는 많은 고민을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학생들의 주거권 문제가 중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해마다 서울로 유입되는 대학생의 숫자는 상당하지만 저렴한 대학 기숙사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적다. 이마저도 여러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비싼 민자기숙사를 제공하다 보니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하숙집, 고시촌, 반지하 자취방 등으로 대변되는 대학생들의 주거는 지불하는 보증금과 월세의 수준에 따라서 주거환경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생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그다지 좋다고 볼 수 없는 환경에서 거주 하거나 소위 말하는 1~3평형 수준의 ‘잠방’에서 살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연세대 총학생회에서는 ‘자취방 보증금 대출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등 대학생 주거권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활동을 벌여 화제를 모았다. 6.2지방선거 때는 대학생 주거권이 20대 청년들의 표심을 모으는 주요 의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중앙대의 흑석동과 연세대 근처의 아현동, 신림동 등 대학생들의 주거지가 밀집한 지역에서 뉴타운 개발 사업이 새로이 진행되어 대학생의 주거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추세다. 뉴타운 개발 사업이 주변 집값 상승을 부추겨 대학생들이 집을 구하기 어려워졌고, 사업대상지가 대학생들이 밀집해 거주하는 구역에 선정되어 결과적으로 주거지를 빼앗아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스하우징, 대학생 주거문제 해결 할 수 있을까?

2002년부터 뉴타운 정책에 집중하던 서울시도 대학생 주거문제 심각성을 인지하고 2010년 초부터 유스하우징 정책을 도입했다. 유스하우징은 서울시주택공사(아래 SH공사)에서 대학가 주변의 노후된 다가구ㆍ다세대 주택을 매입해 기숙사 형태로 리모델링해서 대학생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주택이다.

유스하우징에 입주할 수 있는 우선순위 대학생은 지방에서 올라와 대학에 진학하는 저소득층 가구와 차상위계층,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50%이하 세대의 자녀 등이다. 유스하우징은 올해 초에 총 139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61가구가 공급됐다. 또한 지난 9월에는 2차로 118가구가 새롭게 공급됐다.

유스하우징의 임대기간은 2년, 한 차례 재계약도 가능해 4년 거주가 가능하다. SH공사에서는 장기적으로 오는 2020년 까지 2000여 가구의 유스하우징을 공급할 계획이다.

유스하우징 정책을 바라보는 대학생들과 전문가들의 시선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무엇보다도 기존 대학생 주거지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임대료는 평균적으로 보증금은 100만원 선에 월 2만원부터 15만원 수준으로 방이 공급되는데, 기존 주거지보다 약 50~70% 정도가 싼 가격이다.

하지만 유스하우징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주거가 필요한 대학생의 수는 수 십만명에 이르는데 공급량은 턱 없이 적기 때문이다. 청년층을 대표하는 세대별 노조 청년유니온에서는 “상당히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만, 고작 200여세대도 되지 않는 규모로는 현재 청년층 다수의 주거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지방선거 기간 동안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도 유스하우징 정책에 대해서 “서울시의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스하우징이 공급된 지역 자체도 지적의 대상이다. 대학이 상당수 몰려 있는 구이지만 1, 2차 기간 동안 단 1가구의 주택도 배정되지 않은 곳도 있다. 반면 별다른 대학가가 존재하지 않는 곳이지만 주택이 공급된 지역도 있다. 성동구와 동대문구의 경우 경희대, 한양대, 한국외대 등 유수의 대학이 몰려 있지만 유스하우징은 공급되지 않았다. 강동구에는 별다른 대학이 없지만 2차 공급기간에 유스하우징이 공급됐다. 대학의 분포에 따라 유스하우징이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스하우징 거주 대학생들의 통학거리에 따른 불편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 노기덕 간사는 “정부에서 적극적인 예산 투자로 유스하우징 공급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뿐만이 아니라 대학에서도 같이 연계해서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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