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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힘든 것은 가족·친지의 재산까지 가압류 당하는 것”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 노동조합 정책부장 전동환씨를 만나
양윤성 기자 | 승인 2003.11.17 00:00

△최근 노동자들이 강경투쟁으로 자결까지 하고 있는데, 현재 어떤 상황?

우리들은 기업이 어려울 때마다 가장 먼저 희생당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어려웠던 상황이 회복된 후에도 ‘앞으로 더 어려울 수 있다’, ‘경쟁업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재투자를 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우리의 요구를 외면했다. 우리들은 이런 악순환을 알리려고 노력했지만 기업들은 오히려 손배가압류로 우리를 궁지로 몰고 갔다. 그러던 중 김주익 열사가 손배가압류에 못 이겨 자결하자 그동안 노동자들의 마음속에 억눌렸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폭발하게 된 것이다. 모두들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손배가압류로 받는 고통을 공감하고 있었다.

△비정규직들의 노동환경은 어떤가?

98년 이후 기업들은 정규직보다 적은 비용으로 채용할 수 있는 비정규직을 늘려 왔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노동 3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노조를 구성할 수 없다. 노조를 구성하면 기업과 대화할 때 좀 더 평등하게 대화할 수 있지만 비정규직은 그런 기본권마저 없는 것이다. 게다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매번 1:1로 재계약 협상을 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자신의 요구보다 부당한 노동 조건으로 기업과 계약을 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노동자가 계약을 안 하더라도 기업은 다른 노동자로 대체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손배가압류 문제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

현재 46개 사업장에 1천481억원의 손배가압류가 걸려있다. 노조가 한번 파업을 하고 나면 기업은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는데, 기본적으로 노동자의 월급은 50% 이상이 차압당하는 동시에 이사 가는 것조차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주변의 가족, 친지 등 신원 보증인의 재산까지 가압류를 당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노조가 파업을 할 경우 기업이 피해를 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업이 파업으로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무노동 상태에 들어가는 동안, 기업들은 그 동안 쌓여있던 재고를 팔아 이익을 낼 수 있다. 따라서 파업이 기업에게 손실만 준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너무 쉽게 파업을 하는 것이 아닌가?

노동조합의 파업은 사람들의 생각만큼 쉽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조합원의 과반수이상이 투표에 참가해서 찬성해야만 파업을 할 수 있다. 그만큼 노동자들이 절박해야만 파업이 이뤄지는 것이다.

△혹자들은 일부 ‘노동귀족’들이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파업을 일으킨다고 하는데?

일각에서는 노조간부들이 파업으로 이득을 챙겨 좋은 차를 타고 다니고 아파트도 산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자동차 1000만대 시대에 노동자들이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그렇게 문제인가? 노동자들은 그것도 빚을 내서 중고를 사는 게 다반사다. 또 그들은 보통 10년, 20년씩 일해서 번 돈으로 30대 중후반에 집을 산다. 그것도 지방에서 말이다. 이것이 바로 보수언론에서 말하는 ‘노동귀족’의 실체이다.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노동자들의 삶이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요즘 노동운동이 너무 과격한 것 아닌가?

과격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이 점이 일반 시민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일반 시민들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운동을 펼치려고 노력 중이다. 꼭 과격한 시위가 아니라도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알릴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아직은 노동자들의 울분이 너무 커 통제가 되고 있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앞으로 예비 노동자가 될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지금 노동자들의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 학생들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인구 57%가 비정규직에 종사하고 있는 현실을 지금의 대학생들도 벗어날 수 없다. 만약 노동자들에게 끊임없이 희생만을 강요하는 경제구도가 개선되지 못한다면 언젠가 대학생들도, 앞서간 열사들처럼 자신의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이처럼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 노동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양윤성 기자  yoon8383@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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