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즐겨보던 드라마가 조기종영 돼 나름 즐겨보던 애청자로서 굉장히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조기종영의 이유는 ‘저조한 시청률’. 본인의 취향이 굉장히 독특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보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그나마 보던 사람들에게서 시청할 즐거움을 앗아가 버려 상당히 씁쓸했다.

지난달 27일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 필자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드라마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폐지가 이뤄져 사태가 던지는 의미는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바로 MBC가 오는 11월 1일 가을 개편부터 시사 프로그램 <김혜수의 W>, <후 플러스> 등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폐지의 표면적 사유는 역시 ‘저조한 시청률’ 그리고 그에 따르는 ‘적자’다. 시사 프로그램의 딱딱함과 지루함으로 낮아진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MBC가 택한 극약처방은 한창 케이블 채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공개오디션 프로그램 신설이다.

이번 개편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우선 평일 주요시청시간대(늦은 7시~자정) MBC의 오락 프로그램 비중이 상업방송 SBS를 넘어선 것이다. 시사 프로그램이 빠져나간 자리에 오락프로그램이 들어오면서, 오락프로그램 편성비율은 53%에서 57.6%로 수직상승해 SBS의 56.3%보다 높아졌다. 공영방송을 표방하던 MBC가 본연의 색을 잃어가는 것이다.

또한 <김혜수의 W>, <후 플러스>의 폐지로 MBC의 시사 프로그램은 <PD수첩>, <시사매거진 2580> 두 개만이 남게 됐으며, 남은 프로그램에도 단순한 압박을 넘어 폐지 조치가 가해질 가능성이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지난 8월에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편이 방영에 차질을 빚었던 점에서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위협은 예견된바 있지만 이번 폐지조치로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방송사 자체의 시사 프로그램의 존재 위협은 곧 언론으로서 본연의 비판기능을 스스로 제거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비단 일개 방송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사 프로그램 폐지로 뉴스 이후의 심층적인 보도기능이 약화되므로 사회 현안들에 대한 국민들의 알권리 보장도 불투명해진다. 그리고 건전한 비판의 창구를 상실하는 것이기도 하다.

오락 프로그램의 증설로 저비용으로 고효율의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MBC. 시사 프로그램의 역할과 당위성을 도외시하고 회사의 작은 이익만을 바라본 그들의 결정은 시청자들에게 주는 씁쓸함을 넘어서 크나큰 역사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힘들때 딱 한걸음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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