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채(문과대ㆍ국문) 교수님의 방을 가다

우리대학에서 도서관 다음으로 책이 많은 곳이 있다면? 많은 학우들이 교수님 연구실을 떠올릴 것이다. 그래서 <건대신문>에서는 우리대학에서 책이 가장 많은 연구실이라고 알려져 있는 국어국문학과 정운채 교수님의 연구실을 찾아가봤다.

‘똑똑’ 문을 두드리고 연구실에 들어가자마자 기자를 맞이한 것은 교수님이 아니라 책이었다. 연구실 전체가 미로처럼 길만을 남겨두고 책으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얼핏 봐도 몇천 권은 족히 넘을 것 같은 책에 놀라, 일단 책이 몇 권이나 되는지 여쭤봤다. 교수님께서는 “너무 많아서 잘 모르겠다”며 “내가 1976년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모은 건데 대략 따져보면 만권은 넘는 거 같다”라고 답변하셨다. 이어 “보통은 책을 정리해서 버리는 데 책 한권한권이 나와 인연이 있고, 언젠가는 빛을 발할 것 같아 버리지 않고 모아놓다 보니 이렇게 됐다. 방에 오는 사람마다 안 무너지냐고 물어본다”며 멋쩍게 웃으셨다.

기자 역시 책이 이렇게 높이 쌓여 있는데도 무너지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 책을 쌓는 비결이 있는 지 여쭤봤다. 교수님께서는 “책을 쌓는 데도 정교한 건축술이 있다. 제본해 놓은 쪽과 펴서 보는 쪽이 두께가 달라서 중간 중간에 종이를 말아서 끼워줘야 한다”고 자신만의 비결을 공개하셨다. 또, “책은 뉘여서 보관해야 공기가 안 들어가 곰팡이도 덜 슨다”며 책을 보관하는 팁도 알려주셨다.

이렇게 책을 쌓는 노하우까지 개발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책을 가지고 계신 교수님, 그렇다면 이 책들은 어떤 것에 관련된 책일까? 전공이 고전문학과 문학치료다보니, 주로 전공에 관련된 책이 많고 한다. 또, 이제까지 학생들이 낸 과제도 꼼꼼히 정리되어 있었다.

문학치료는 말 그대로 문학으로 사람을 치료하는 학문이다. 교수님께서는 “사람은 모두 개개인의 이야기인 서사를 가지고 있는데 심리적으로 아픈 사람은 부정적인 서사를 가진 사람이다. 그 서사를 극복할 수 있도록 고쳐 주는 게 문학 치료의 역할”이라고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또, “서사는 각 개개인의 옷차림, 행동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라며 “서사를 바꾸면 사람이 바뀐다”고 문학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모든 책들과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교수님이라도 특별히 아끼고 좋아하는 책이 있을 터! 그래서 가장 아끼는 책이 무엇인지 여쭤봤다. 교수님께서는 “내가 가장 아끼고 많이 본 책은 ‘주역’이다”라며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주역책을 보여주셨다. 주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64가지의 괘를 통해 설명하는 유교의 경전 중 하나다. “내가 주역을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주역이 인간관계를 이야기하는 책이고, 인간관계가 곧 내 전공인 서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인간관계뿐 아니라 우주전체가 움직이는 원리를 알려 준다”고 주역을 아끼는 이유를 설명해주셨다.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책을 여쭤봤을 때도 주저 없이 “학생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은 주역이다”라고 대답하셨다. “요즘은 번역본이나 쉽게 풀어 놓은 주역도 많이 나와 대학생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며 주역을 꼭 읽어볼 것을 권하셨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을 부탁드렸다. 국문과 교수님답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실 것 같았는데 교수님께서는 “그냥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서사를 발견하는 것이 더 낫다. 그리고 서사를 긍정적으로 바꿔나가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책으로 가득 찬 교수님의 방, 교수님의 방은 책 뿐 아니라 인연과 이야기로도 가득찬 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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