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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당일, 정부의 무리수 그리고 네 사람의 시선
권혜림 김대영 기자 | 승인 2010.11.09 23:47

11월 11일, 12일 G20날에는 내게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각국 정상들과 수행원들의 호텔 숙박비로 벌어들이는 경제적 이득이 내게 오기도 전에, 정상들과 수행원들을 보호하고 ‘멋진’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실시되는 규제가 먼저 다가올 것이다. G20이 열리는 당일, 서울시내에서 사는 4명이 겪을 수 있는 일과 이들의 심정을 들어보자.


* 이 기사는 G20대응민중행동 등의 시민단체가 제공한 실제 탄압사례와 언론에 보도된 사실, 그리고 11월 6일 이전에 정부가 발표한 정책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공 장주 (45/남/봉제공장사장)


오늘은 드디어 G20 개최 날. 이 몸은 애국자이니 기꺼이 자동차 자율 2부제에 협조해야겠군. 버스로 출근하는 것도 나쁘지 않더라고. 일반 회사에서 나와 봉제공장을 차려 이주노동자 4명을 고용해 운영해온 지 어언 2년. 이제 외국인 직원들과도 제법 말도 통하고 마음도 통하는 단계까지 왔다. 공장에 들어서는데 매일 아침 나를 반기던 활기찬 인사소리가 어쩐지 들리지 않는다. 무슨 일이지? 찾아보니 구석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방가와 알리. 몇 시간 전 새벽에 단속반이 와서 다른 두 친구를 잡아갔다고 한다. 출입국 관리사무소 직원이 신분 제시도 하지 않아서 진짜 단속반인지도 의심스럽단다.

비자가 있는 방가도 같이 끌려갔었는데 비자가 있다고 여러 차례 얘기를 했는데도 단속반은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조회를 해보고 나서야 풀어줬다고 말했다. 잡혀간 두 친구들은 도망가려던 과정에서 다치기도 했다는데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갑을 줄줄이 엮듯이 채워 차 안에 태워갔단다. 저번에 알리는 길가에 있다가 사복경찰이 와서 가방까지 뒤져가면서 불심검문을 했다던데.

요 근래에 G20 때문에 잡혀간 이주노동자가 한둘이 아니다. 옆 공장도 인원이 적어 운영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갔다는데 언제부터 이주노동자 친구들이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우리나라에서 없어져야 할 존재가 된 걸까?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위법한 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단지 법적인 의미일 뿐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근거가 되어선 안 되는 건데 말이지. G20을 통한 경제 선진국보다는 인간의 존엄을 우선시하는 인권 선진국이 먼저인 게 당연한 거라고.


된 장녀 (21/여/대학생)


(따르릉…) “저기요. ○○인터넷 쇼핑몰 맞나요? 주문한지 5일짼데 아직까지 택배가 안와서요”
맙소사! G20 때문에 택배 운송이 제한되고 있단다. 내일 당장 소개팅 나갈 때 입을 옷이 없는데 어떡하지? 친구랑 백화점이라도 가야겠다. 날씨가 꽤 추워져서 콜택시를 부르고 싶지만 여기저기서 대중교통 이용하라고 난리니 지하철 이용해주는 센스! 나만큼 나라 생각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호호.

삼성동 H백화점에 가기로 했으니 친구랑은 삼성역에서 만나야겠군. 방금 종합운동장역을 지났으니까 이번 역에서 내리면 되겠네. 뭐 무정차? 먹는 건가? 중국산 차야? 다음 역에서 내려서 버스 타는 수밖에. 나의 백만 불짜리 다리를 피곤하게 만들다니! 고생 끝에 백화점 도착. 날 비웃는 듯 걸려있는 팻말 <금일 백화점 휴점 - 서울 G20 세계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합니다> 백화점이 하루 매출 30억을 마다하고 G20 때문에 휴점까지 하다니. 무정차부터 백화점 휴점까지 너무 극성인 듯싶다. 덕분에 운동 많~이 했습니다.

아 맞다. 내가 학교를 안간 이유! 오늘 내가 듣는 수업 교수님이 어제 약주 한 잔 하시고 G20 홍보물에 쥐 그림을 그리셔서 체포되셨다는데 지나친 처사 아닐까? 휴강됐다고 해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네.

   

김 일진 (17/남/고등학생)


왜 깨워~! 오늘 G... 무슨 대통령들 회의한다고 등교시간 늦춰졌는데 좀 더 자게 해주지. 그나저나 드디어 기다리던 빼빼로 데이군. 우리 애기 빼빼로 예쁜 걸로 사다줘야 하는데 어디서 사지? 음... 집 근처 코엑스밖에 없겠구나. 학교 갔다와서 얼른 사러 가야지. 이러지 말고 국가의 경사가 있는 날인데 그냥 수업 째버릴까. 그래 이런 날에 학교에 있을 수는 없지. 자, 빼빼로 사러 출바알~!

어라? 뭐야 저 사람들. 웬 후줄근한 검은옷 입고 여자들한테 찝적대네. 아~ 헌팅하는 거구나. 하필이면 이런데서... 뭐, 뭐야! 이 사람 왜 나한테도 다가와. 뭐야 혹시 게이? 뭔가 이상한데 전화번호도 아니고 신분증을 보여 달라니. 가슴팍에 뭐라 적힌거야. G... G20? 경찰이었잖아!! 에휴~ 간떨어질 뻔했네. 끽해야 고등학생인 내가 뭘 어쩐다고 나같은 애까지 검문을 하는 거야.

근데 저 까마득한 높이의 방호벽은 왜 세워놓은 거지? 완전 성처럼 만들어 놨네. 들어갈 수 없는건가. 물어봐야지. 네? 여기서 일하던 사람 아니면 못들어 간다뇨. 그럼 우리 애기 빼빼로는 어디서 사라고. 젠장, 내가 찾는 빼빼로는 코엑스에만 있는건데. 무슨 회의 한 번 하는데 성까지 쌓고 지나가지도 못하게 하는 거냐고. 우리나라 국민은 뭐 다 범죄자란 소리야 뭐야. 에이 오늘 일진 왜 이래 정말. 짜증 지대로다!

엄 원희 (43/여/식당주인)


어멈머 내 정신 좀 봐. 미련스럽게 이 시간까지 자고 있었네. 얼른 출근해야겠다. 응?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저놈의 자식 아직까지 자빠져 자고 있는 거야. 아~ 오늘 G20인가 그거 하는 날이지. 뭔 놈의 학교는 툭하면 나오지 말라하네. 김씨랑 노숙자들 무료점심 자원봉사 가기로 했는데 그나저나 김씨는 괜찮을라나? G20 때문에 저번에 철거하던 사람들과 크게 싸우던데. 그 때 그 생각만 하면 어유 살떨려. 김씨 가게 다 때려 부수면서 그 놈들 하는 소리가 길거리 미관을 해쳐서 없애야 된다나? 이렇게 노점상 때려 부수는 모습이 훨씬 보기 좋지 않은데 뭔 소리들 하는 건지. 나참 어이가 없어서.

앗차! 자원봉사 가기로 한 시간 다 됐네. 빨리 서둘러 가야겠다. 식당경력 어언 10년. 노숙인들을 내 손으로 배불리 먹이리라. 근데 좀 이상하네. 원래 이 시간에 여기 노숙인들 집결지라고 했는데. 왜 아무도 보이질 않는 거야. 번지수를 잘 못 찾았나. 저기 저분께 여쭤 봐야겠다. 뭐라고? 나라에서 노숙인들을 다 몰아냈다니... 대체 이거 어떻게 된 거야. 고작 정상들 20명이서 하는 회의에 왜 이렇게 온 나라가 쑥대밭이 된 거냐고. 이거 너무 하잖아. 반짝 거리는 빌딩에 사람들 전부 단정한 옷 입고 다니는 나라가 국격 높은 나라라는 거야? 얼마 전에는 음식물쓰레기도 버리지 말라고 했다가 된통 당했으면서 말세야 말세 쯧쯧.

   

권혜림 김대영 기자  nerim2@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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