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이날은 학내외로 중요한 일이 생긴 날이다. 학내로는 우리대학 총(여)학생회 공청회가 열린 것이고, 학외로는 바로 북한의 연평도에 대한 포격 사건이 터진 것. 한창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을 당시에는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는데, 공청회를 마치고 인터넷 포털 뉴스를 살펴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총(여)학생회 선거 취재에만 정신을 쏟고 있는 동안 그런 일이 벌어졌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연평도의 주민들이 갑작스런 폭격으로 방공호로 숨고, 게다가 인생의 꽃다운 시절을 채 누리기도 전에 두 병사가 목숨을 잃었단 소식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후 TV에서도 인터넷에서도 온통 연평도 이야기로 술렁이고 있을 뿐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됐건 이번 연평도 포격이 북측의 도발이든 우리 군의 실수였든 간에, 정부에서 그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시비를 가리며, 동시에 국민들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할 것임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가슴속 한구석이 자뭇 찜찜한 것은 이번 포격 사건의 여파로 한동안 사회에 문제시됐던 중요한 이야기들이 묻히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함 때문이다. 불과 1주일 전에는 대포폰에 이어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에서 전방위적으로 민간인 사찰을 했음을 드러내는 중요한 증거인 이른바 ‘사찰 수첩’이라는 것이 한 국회의원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 또 지난주 부터는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 고용 거부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사측의 과도한 탄압으로 파업이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왠지 연평도 폭격 문제가 대두되면 대두될수록 민간인 사찰이나 현대차 파업과 같은 문제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고 결국 그 어느 것도 관심에서 멀어져 해결되지 못한 채 묻혀버릴까 걱정이다.
연평도 폭격을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도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며 우리 국민들이 다치고 목숨을 잃었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상으로 매우 중요한 이야기다. 그러나 지난 3월에 있었던 천안함 사건처럼 다른 사회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멀게 하는 여당 혹은 보수언론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하진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지속적인 보도와 여론 몰이로 괜한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오늘 조선일보 11월 24일치 1면의 제목은 ‘대한민국이 공격당했다’이다. 강력하다. 누가 봐도 쉽게 위기감이 느껴질 정도로. 걱정스럽다. 이번엔 얼마나 오래 지면 위에 떠다닐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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