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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부와 그녀 ①2010 문화상 단편소설 부문 당선작
건대신문사 | 승인 2010.12.10 02:08

형부와 그녀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형부가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 오래된 일은 아니지만 결코 가벼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느낌이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이 수학공식마냥 어떤 것인지 딱 정의를 내릴 수는 없었고 단지 두루 뭉실, 흐리멍덩하게 이상하다라는 형용사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런, 하여튼 그런 느낌이 내게 머물러 있다.

식용유가 다 떨어져 새 것으로 사고 나니, 괜히 쓰고 싶은 마음에 공연히 깻잎 튀김만 잔뜩 했다. 늘 그래왔듯 언니네 식구를 위해 밀폐용기에 한 가득 담고 집을 나섰다. 유난히 사이가 좋은 언니와 나는 자매라기보다는 그냥 친구다. 말을 깨쳤을 때부터 내내 언니나 나나 그 조그만 입에 달고 살았던 ‘결혼해도 꼭 우리 같이 살자.’라는 야무진 약속은 꼭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같은 아파트 옆의 옆 동에 살게 되면서 절반정도는 실현된 셈이었다. 정말이지 수프가 식지 않을 만큼의 거리에 살게 된 우리는 심지어 오징어가 ‘잘’ 구워졌을 때도 그것을 서로 맛보게 해주려고 달려가는 그런 이상적인 사이가 되었고 덕분에 나와 형부, 언니와 우리 남편, 형부와 우리 남편 그리고 조카 소연이까지 어느 하나의 소외된 부분 없이 그저 서로 같은 집에 살지 않을 뿐 한 덩어리의 가족으로 살게 되었다.

나에게 언니네 가족은 롤 가족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형부도 나의 마음에 쏙 든다. 이것은 비도덕적인 것이 아니라, 언니의 남편으로서 너무 마음에 든다는 말이다. 학사장교를 마치고 군 장교까지 완수한 형부는 현재 제약회사에 잘 나가는 임원이다. 천생 여자인 여린 언니와 천생 남자인 듬직한 형부는, 악어와 악어새만큼이나 잘 어울린다. 굳이, 흠을 잡자면 형부는 지나치게 남자답다. 언니가 아파 누울 정도가 되어야 마지못해 고무장갑에 손을 넣고 설거지를 하는 그런 보수적인 성향까지 남자다운 것의 범주에 넣는 것은 심기가 불편한 일이겠지만 형부는 여튼 그런 류의 사람이다. 쇼핑을 가도 오랜 시간 이리 보고 저리 보는 것은 딱 질색하며, 형부가 좋아하는 갈색이 들어가 있고 크기만 맞는다면 가격도 비교해보지 않고 무조건 처음 들린 가게에서 구매를 해버리고 쇼핑을 끝내버리는, 그런 전형적인 남자가 바로 형부다. 하지만 그런 결단력은 언니가 가장 좋아하는 형부의 장점이고, 형부를 현재의 사회적 위치까지 끌어올려준 강력한 원동력이다. 장교출신이라 그런지 아무리 맛없는 음식도 일단 형부 앞에 갔다 하면 그것은 착한 빈 그릇이 되어 돌아오니 언니에게 요리는, 처녀 시절 필요악이라 여겼던 것이 거짓말처럼 인생의 즐거움이 되었다. 결혼 생활 20년차인 지금도 언니를 차도 쪽으로 걷게 하지 않는, 장보러 가는 길은 혼자 보내도 오는 길은 절대 혼자 오게 하지 않는 형부의 젠틀한 매너는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점이고 무조건 여자를 보호해야한다는 형부의 여자를 향한 보호본능은 언니가 형부와의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형부는 생김새도 남자다웠다. 대체 남자답다는 말의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형부를 알고 난 후부터 형부다운 것은 무조건 남자답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어려움 없이 찬장 맨 위 칸의 그릇을 꺼낼 수 있는 키, 아이의 종이접기를 가르쳐 줄 정도의 세심함, 어린이집을 늦지 않게 마중 나갈 수 있을 정도의 시간관념, 가사에 지친 아내의 발을 시원하게 주물러 줄 수 있을 정도의 악력, 매일 매일 넥타이를 매주고 싶을 정도의 목선 등을 포함한 십여 가지의 항목은 내가 남자를 보는 기준인 동시에 형부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런 형부를 무척 사랑하는 언니와 그런 언니를 또 무척 사랑하는 형부와 두 사람 사이의 예쁜 조카 소연이까지, 내가 정말 닮고 싶은 그런 가족이 바로 언니네 가족이었다. 나의 남편도 언니네 가족이 이상적이고 행복한 가족이라는 데는 열렬하진 않았지만 차갑지 않게 동의를 했고 그래서 소연이같은 예쁜 아이를 낳기 위해 우리부부는 노력중이다.

깻잎튀김이 식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할까 말까 고민을 할 즈음에 나는 언니네 집에 도착하였다. 언니는 발톱을 깎다 말고 일시 정지 상태로 웃기지도 않는 개그프로에서 안쓰럽게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개그맨의 대사를 듣기 위해 집중하느라 넋이 나가 있었다. 아마 이 전 코너가 몹시 재미났나 보다. 언니의 얼굴에는 그 미소의 잔상이 그대로 남아있다. 티비 볼륨이 들릴 듯 말 듯 한걸 보니 중학생 소연이는 공부중인 것이 틀림없다. 나이도 어린게 공부욕심을 얼마나 내는지, 일반계를 가도 괜찮다고 그렇게 언니와 형부가 타일러도 자기만은 꼭 외고를 가야겠다며 자처해서 밤새 공부를 하는 것이 안쓰러워 죽겠다. 부엌에서 통통거리는 도마질 소리가 나 빠끔히 들여다보니 형부가 앞치마를 두르고 싱크대 앞에 서있다. 오늘은 언니 생일도 아닌데 이상한 일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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