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시인

대학생들의 시를 앞에 놓고 있으면 마음이 설렌다. 세상으로 이어지려는 때 묻지 않은 젊음이 시로 태어나기 때문이다. 그들이 새로 열어가려는 세상은 도대체 어떤 세상일까. 시를 쓰는 학생들이 그 시대 그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그래도 시는 숨길 수 없는 사랑의 감정처럼, 그 시대정서가 풋풋하게 묻어나기 마련이다. 마치 봄날의 새싹 같이 말이다.

31명의 응모자들이 쓴 50여 편의 시 중에서 3명의 시가 내 손에 걸려들었다. <1월의 쌀가게>를 쓴 이효원(예문대ㆍ커뮤디3)과 <그 곳에 사람이 있었나> 를 쓴 김지현(문과대ㆍ국문4) 그리고 <아이들의 야망을> 쓴 서리라(경영대ㆍ경영2)가 그들이다. 김지현은 다른 시들보다 우리가 사는 현실에 적극적이다. 얼마 전 연평도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아주 쉽게 잘 다루었다. 조금은 서투르고 감정이 삭여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설득력이 있는 시다. 그가 쓴 또 다른 시 <추억과 아메리카노는 달다>라는 시도 좋다. 두 편 다 현실 속의 리얼함을 얻었다.

서리라의 <아이들의 야망>을 나는 오래 생각했다. 동시 적이고 동화적이다. 해맑은 심성이 그대로 시로 드러났다. 싱그럽다. ’그치만/ 가을 하늘은/ 아무리/ 뛰어도/ 너무/ 높다‘라는 표현이 상투적인 것 같아도 이 시에서는 상당히 생경하고 동화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다른 구절들도 다 좋다. 동시를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의 전개가 아주 돋보이는 동시다.

이 세 명의 시를 놓고 몇 번 더 읽으며 마지막으로 나는 이효원의 <1월의 쌀가게>를 손에 들었다. 그런데 자꾸 망설여졌다. 전체적으로 시적 구성이라든가 이야기는 너무 좋다. 아주 좋은 이미지들을 데려다가 쌀가게에 모아 놓았다. 표현들도 따사롭고 정답다. 세상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따사롭기 그지없다. 시가 갖추어야 할 것들을 두루 갖추었는데, 그런데 완성도가 떨어졌다 전혀 이해하지 못할 구절들이 눈에 거슬렸다. 가령 첫 연에 이런 구절이 있다. ’서늘한 횃살에/ 그 앞마당에‘ 아무리 시적인 비약이라 해도 말이 되어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구석들이 있었다. 아쉬웠다. 잘 다듬으면 아주 좋은 시가 될 것이다. 이 시를 버리지 말고 다듬길 바란다.

이효원의 시중에 <눈 오는 밤>은 정말 좋은 시다. 이미지가 뚜렷하고 시적이다. 그림이 그려진다. 좋은 시를 읽으면 그림이 그려지는데 이 시가 그렇다는 말이다. 특히 ‘가시 같은 솔잎도/ 제 몫의 눈을 얹고 사는 계절// 꿈조차 무거워/꽃잎 진 산등성이에/ 이마를 대보는 밤’ 이라는 구절은 마치 이용악의 시를 읽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푸근함이 있다. 좋은 시다.

이 세분은 시를 쓸 수 있는 감성과 공부가 잘되어 있다. 시의 끈을 놓지 말길 바란다. 한편의 시를 읽는 일은 일류의 숨결에 가 닿는 일이다. 한편의 시를 이해하는 일을 이 세상을 이해하는 일과 맞먹는다. 시적인 감성과 감각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해하는 지름길이다. 시 한편으로 우리들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근본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놀지 말고 공부하라. 세계와 맞서라. 쩨쩨하게 살지 말라. 세상을 들어 올릴 큰 사랑을 키워라. 산 같이 큰마음을 그려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가슴에 다 안고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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