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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단상2010 문화상 사진 부문 당선작
건대신문사 | 승인 2010.12.10 02:49

 

   
CANON EOS10D / SIGMA 15-30mm F3.5-4.5 EX DG / F3.5, S1/10, ISO-800

 

오래 전부터 커피하우스는 사교와 담론의 공간이었다. 과거 독재 시절, 많은 학생들과 지식인들에게 커피는 각성된 자아를 지탱해주는 힘이었고, 그들은 커피 앞에 모여 토론을 하거나 독서와 음악 등의 문화를 향유했다. 동숭동에 위치한 학림다방에는 7080 세대가 청년 시절 나누던 고뇌와 낭만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CANON EOS10D / CANON EF 24-70mm F2.8L / F2.8, S1/90, ISO-800

 

90년대 이후,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의 출현은 우리나라 커피 문화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 과거의 커피 문화가 커피 자체보다는 커피하우스에서 비롯되는 문화·예술 그리고 정치적 활동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면, 에스프레소가 만들어 낸 새로운 커피 문화는 인스턴트커피 일변도의 커피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다. 공간이 만들어내는 의미에 커피 자체에 대한 매력을 더함으로써 보다 풍요로운 커피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CANON EOS10D / SIGMA 15-30mm F3.5-4.5 EX DG / F3.5, S1/30, ISO-800

 

에스프레소 프랜차이즈 전문점을 통해 다양해지고 대중화 된 커피 문화는 이제 카페라떼, 카페모카 등의 베리에이션 커피를 넘어 콜롬비아 수프리모,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등 스트레이트 커피로까지 확대되며 더욱 고급스러운 커피의 맛을 추구해나가고 있다.

 

   

CANON EOS10D / CANON EF 24-70mm F2.8L / F2.8, S1/90, ISO-800

 

대학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는 커피의 고급화, 그것은 과거 세대가 이루어 놓은 경제 발전과 정치적 민주화의 거름 위에 탄생한 윤택하고 풍성한 문화적 코드로 설명될 수 있을지 모른다. 커피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분위기 있는 커피 전문점 안에서 우리는 과거보다 한층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커피와 함께 독서나 음악 등의 문화를 향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CANON EOS10D / SIGMA 15-30mm F3.5-4.5 EX DG / F3.5, S1/30, ISO-800

 

그러나 한편으로 지금의 커피 문화가 유혹하는 여유롭고 안락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때 이른 화장처럼 낯설고 부자연스러운 구석이 그 속에 존재하는 까닭이다. 고급에 고급을 더해갈수록 커피 문화는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으로 느껴진다.

 

   

CANON EOS10D / SIGMA 15-30mm F3.5-4.5 EX DG / F3.5, S1/125, ISO-800

 

오늘 날 커피 문화에 위화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커피의 변화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것을 소비하는 우리 세대의 상황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적지근해 적잖이 속이 쓰려오는 싸구려 커피같은 88만원 세대의 현실은 고급스러운 커피 전문점에서 풍겨 나오는 신선한 커피 향과는 사뭇 다르다.

 

   
CANON EOS10D / CANON EF 24-70mm F2.8L / F4, S1/30, ISO-200

 

대학의 서열이 사회적 계층의 구분으로 이어지는 닫혀진 사회 구조에서, 상위 몇 퍼센트를 제외한 나머지 구성원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안정된 미래를 보장받기 어렵게 될 것이다.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취업의 문을 열기 위해 각종 자격증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88만원 세대에게 고상하게 앉아 커피의 향과 맛을 음미하는 삶의 여유로움은 자조섞인 목소리로 갈망하는 승자의 모습일 뿐이다.

 

   
CANON EOS10D / CANON EF 24-70mm F2.8L / F2.8, S1/15, ISO-400

달짝지근한 설탕이 커피의 쓴 맛을 지워내듯, 88만원 세대의 눈에 비치는 고급 커피는 어쩌면 대리만족이라는 달콤함으로 우리 세대가 가지는 부정적인 사회 구조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고 순응하도록 작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부정적 이데올로기를 무너뜨리고 진보적 가치를 꿈꾸게 했던 희망의 문화로 남은 지난 세대의 커피 문화처럼, 우리 세대의 커피 문화도 지나고 나면 무언가로 남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커피 문화는 어떤 의미로 기억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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