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스페셜콘텐츠팀 곽윤섭 사진전문기자

지난 해에 비해 출품작의 숫자만 늘어났을 뿐 아니라 사진의 내용과 형식도 풍부해졌다. 내용이란 사진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말하는 것이며 형식이란 사진의 기본문법부터 기술적인 면을 뜻한다. 내용과 형식 둘 중에서 어느 하나가 쳐지면 결과물의 완성도가 높을 수가 없다. 내용, 즉 메시지만 있으면 거칠고 생경하다. 반면에 기술적인 면만 뛰어나면 빛 좋은 개살구, 이른바 쨍한 사진의 수준을 넘어가지 못한다.

시간은 제법 걸렸지만 우수작으로 장지한씨의 <커피단상>을 뽑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위에 든 바와 같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도 알겠고 사진가다운 안목도 갖추려고 노력한 것이 보였다. 사진설명을 읽지 않고서도 내용이 전달될 수 있었다는 것이 <커피단상>의 장점이다. 무거운 사회적 이슈를 풀어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반드시 무거운 소재를 다루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웃음이 배어나오는 몇 컷이 있지만 재치라고 봐줄 수 있다. 장 씨의 작품에서 가장 높이 평가한 것은 ‘커피’를 주인공으로 정통적인 포토에세이형식에 도전했고 절반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소재는 손쉽게 골라내도 좋겠다. 그러나 방식은 정공법을 써야겠다.

문성민-지난해의 심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을 한 적이 있는 것 같다. 연작에서 사진설명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설명 없이 사진 내용이 전달되지 못한다면 사진작품이 아니다. 문성민씨는 의미 있는 이야길 사진으로 풀어나가려했지만 대부분의 사진이 글을 설명하는데 그치고 있다.
조재형-다중촬영기법에 대해선 이러쿵저러쿵하고 싶지 않다. 건대문화상의 큰 취지에 합성이 허용되는지는 여기서 논할 일이 아니다. 그냥 결과물만 놓고서 봤는데 신선했다. 3장 밖에 없는 것이 아쉽다.
신준수-사진 잘 찍는다. 그러나 그 이상 뭘 읽어내기가 어렵다. 두 장을 제출했는데 두 장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다.
이원도-역시 잘 찍은, 쨍한 사진이다. 노출과 셔터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아니겠는가? 자신만의 사진이라고 할 수 있는가?
장영호-감각만 뛰어나다. 제대로 배우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고 사진을 통해 자신의 이야길 들려줄 수도 있겠다. 지금 현재로는 재미삼아 찍어본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정비-재치만 가지고 사진을 찍을 순 없다. 보내온 사진이 서로 흩어진다. 일관된 주장을 일관된 방식으로 펼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잘된 포토스토리를 많이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최명균-어려운 작업을 했다. 가다듬질 못했다. 소외계층 네 장과 청춘 넉 장을 제출했는데 둘 중에 한 가지 테마만 집중하고 여덟 장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았다. 많이 안타까웠다.
소외계층은 흑백으로 했는데도 어수선하다. 청춘은 너무 단순하게 접근했다.
전준한-제출한 아홉 장의 사진이 서로 다르다고 보는가? 어떤 차이가 있는가? 겹친 것을 빼고 나면 석장 정도만 남는다. 스스로 걸러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휘원-사진 찍기에 제대로 맛을 들이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계속 정진하면 머지않아 수준급의 실력에 이를 것 같다. 그 후에 주제 있는 연작사진에 다시 도전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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