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들이 대학에 입학한 뒤 선배, 동기들과 친목을 도모하고 대학생활에 대해 알아가는 새로배움터(아래 새터)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많은 반발이 일었다. 지난 1월, 충남대 사범대학 전기전자정보통신공학교육과(아래 전전통과)에서는 새터에 불참시 불참비를 따로 징수하고 이를 안 낸 사람은 ‘아싸’(아웃사이더, 교내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혼자 학교를 다니는 학우)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의 공지가 올라와 온라인 상에서 거센 논쟁이 일었다. 문제가 예상 외로 불거지자 전전통과 학생회장이 사과문을 올리긴 했지만 학과활동을 강제하고 이를 어길 시 왕따를 시키겠다는 발상을 한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대학의 몇몇 단과대에도 이런 상식 외의 악습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상경대 새터에서는 기합과 다름없는 ‘산행’이라는 악습이 협동심을 기르고 선배에 대한 예우를 가르치기 위한 미명아래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건축대에서는 따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명단에 올라간 새내기들을 모아 선배들이 술을 먹이고 훈계를 한다고 한다.

선배라는 이름의 권력으로 새내기들에게 기합을 주고, 조직을 위해서 개인의 단결을 강요하는 것은 군대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물론 각 단과대에서 기합이나 훈계의 강도를 조절한다고 했으나, 이는 강도의 문제가 아니다. 선배들이 이제 막 처음 만난 새내기들을 훈계 받아야할 대상으로 여겨 이를 강요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단지 같은 단과대 선배이기 때문에 그런 무소불위의 권리를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같은 단과대 내에서 선배의 권위는 무조건적으로 존중되어야 하고 새내기들은 이에 복종해야 한다는 식의 의미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설사 지금 행해지는 관습에 순기능이 있다 하더라도 새내기 대다수가 이해하지 못하는데 그 순기능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심지어 새내기들은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불합리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악습 자체가 부당하다고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하면 충남대의 경우처럼 ‘아싸’로 낙인찍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초ㆍ중ㆍ고에서 체벌이 금지되고 경기도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는 등 학생 개개인의 인권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악습이 대학교 내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새터가 진정한 새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좀 더 선배들이 새내기들과 동등한 입장에 서서 함께 소통하는 관계로의 발전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