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 가축 수 134만 마리”, “매몰지에서 나오는 침출수로 상수원 수질오염 우려”

구제역이 지난해 11월 29일 첫 발병 후 전국을 휩쓴 지 100일 남짓. 하루하루 전해지는 구제역 소식들은 들을 때마다 심장이 떨린다. 이런 불안 속에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서울대 수의과대의 우희종 교수다. 지난 8일 늦은 저녁 우희종 교수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우 교수는 구제역으로 살처분 매몰된 동물들의 사체에서 나온 침출수를 퇴비로 만들 수 있다는 정운천 한나라당 구제역 대책특위 위원장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정운천씨 말대로 퇴비가 되어 걱정 없다면 전 세계에서 유기 축산폐기물에 대한 걱정은 사라졌어야 하는데 왜 아직도 그런 문제가 남아 있을까요. 그런 기술이 있다 해도 현실 사회에 적용하기엔 전혀 현실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퇴비 발언은 상수원을 오염과 직결되는 침출수 문제의 핵심을 숨기는 쇼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부 비판의 바탕은 사실과 진실에 대한 철학적 성찰
우 교수의 이 같은 행동은 그의 사실과 진실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한다. 그는 사실과 진실을 구분함으로써 사회의 흐름이 보인다고 한다.

“사실과 진실의 차이가 뭘까요? 예컨대 ‘지구는 둥글다’ 같은 것을 사실이라 부르는데, 이런 것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합의된 믿음입니다. 반면 진실은 마치 성경 구절과 같이 시대와 문화권을 초월해서 모든 사람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이 사람들이 합의한 믿음이라면, 사실과 다른 주장은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합의를 깨는 것이므로 사람들의 반발을 받을 것이다. 우 교수는 이 점에서 사실이 곧 권력이고 힘이라고 말한다. 잘못된 사실이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우병 때도 그랬고 지금 구제역 사태만 보더라도 정부에서는 잘못된 사실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구제역 바이러스가 베트남에서 온 여행객이 옮겼다는 과학적 증거는 어디에도 없는데 말이죠”

▲ 그의 사회참여는 내면의 성찰과 신념을 바탕으로 한다. ⓒ 김용식 기자

“모든 생명은 서로 이어져 있다”는 신념
우 교수가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또 다른 이유는 ‘모든 사람은 서로와 관계로 맺어졌으며, 서로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신념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저는 농사를 짓지도 않고 옷을 만들지도 않습니다. 그들의 도움 없이, 저는 존재할 수 없는 거죠. 이 빚을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고, 자신이 제 이익만 생각하는 것은 잘못 된 것입니다. 타인을 위해 이타적인 삶을 사는 것은 의무입니다”

우 교수의 이런 신념은 사회참여 부분에서 돋보인다. 그는 작년 이공계열 교수로는 최초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공동의장으로 선출되어 지금까지 맡고 있다. <한겨레>에 정기 칼럼을 게재하며 광우병, 구제역과 관련해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참여한다.

폴리페서? 단지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행동할 뿐
이 같은 신념과 철학을 가진 우 교수는 사회적인 목소리를 예전부터 계속 내 왔다. 노무현 정부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FTA 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려 했을 때 학문적 입장에서 그 위험성을 꾸준히 경고했었던 점은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사회참여가 진보나 보수 같은 정치적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제 사회참여는 고민을 통해 깨닫고 쌓아온 신념과 철학을 통해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혹자는 사회참여가 활발한 우 교수를 ’폴리페서(Politics(정치) + Professor(교수)의 합성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우 교수는 반박한다. “저는 소수적 입장에 서기 때문에 권력 주변을 맴돈다는 뜻을 가진 폴리페서와는 거리가 멉니다. 단지 연구자의 사회참여를 비판한다면, 저는 모든 교수가 사회참여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로부터 연구비를 받고 영향을 받는 입장에서, 교수는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게 맞습니다”

앞으로도 단절된 소통을 회복하기 위해 여러 방법으로 활동을 하겠다고 밝힌 그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