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 6인 가상 좌담회

※ 6인 인터뷰를 가상 좌담회로 재구성한 기사입니다.

가상 좌담회 참석자 : 김현진 레인디 대표(33), 백민수 I.M7 대표(26), 서정민 바이미 대표(40), 정찬호 신지모루 대표(38), 최인준 자라다남아미술연구소 대표(28)

사회자: 창업 도중에 어려웠던 점이 있었나요? 그에 대한 극복기가 있으면 함꼐 말씀해주세요.
최인준
: 24살 때, 리더쉽 캠프와 야외 미술 수업을 주로 하는 미술 홈스쿨을 처음 열었었는데요. 학부모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니 학부모는 리더쉽 같은 무형의 스펙보다는 미술 성적, 미술 관련 상을 받을 수 있는 유형의 스펙을 더 원했던 겁니다. 제가 생각했던 아이템이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도중에 어려움을 겪었던 거죠.

오정석: 모든 창업가는 돈 때문에 문제 상황을 겪지 않나요? 저는 매출처를 확보하지 않고 제조업을 시작해서 창업 초기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독자적인 관로를 개척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현금 흐름이 나빠지게 되더라구요. 결국 여기저기 아는 분들께 돈을 빌리러 다녔어요. 심지어 소개로 처음 만난 어떤 사장님께 돈을 빌려 달라고 했던 적도 있을 정도로 당시엔 절박했었는데요. 그 때 도와주신 대구의 김성동 사장님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어요. 그 땐 슬펐지만 한 번 겪고 나니 그동안 생각을 둘러싸던 껍질이 깨지면서 생각의 폭이 무척 넓어지게 되었습니다.

정찬호: 저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 번은 미국에서 열리는 출품 전시회에 참가하려고 준비 했었는데 당장 전시회 한 달 전에 돈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돈 없으면 안 가면 되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었지만 그 때는 ‘이 일로 포기하면 사업 못한다. 태평양을 헤엄쳐 가서라도 반드시 해낸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일단 호텔과 비행기 표를 예약 할 때 어려운 사정 때문에 결제를 미뤄 달라고 부탁했더니 그렇게 해주더군요. 나중에 돈을 갚기 위해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다짜고짜 시제품을 들고 찾아가서 ‘나 이런 제품 만드는 사람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중소기업지원 대출을 받아 위기를 모면했어요. 찾다보면 방법은 다 나오는 것 같아요.

 

 

사회자: 그렇다면 창업을 할 때 꼭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현진
: 신생기업에서는 직원을 뽑을 때, 단순 직원이 아닌 나의 파트너를 뽑는다고 생각해야합니다. 그 사람이 나와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인지를 잘 살펴봐야 해요. 또 작은 회사에서 직원이 떠난다면, 그건 적은 월급 때문이 아닙니다. 사장에게 배울 게 없을 때 떠나죠. 서로 함께 뭔가를 주고받고, 또 믿고 맡길 수 있는 관계인지가 중요해요.

서정민: 전 일단 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명한 선택을 위해서 기업의 대표는 직원들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하고, 그래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사장이 똑똑한지 아닌지에 따라 회사도 달라지게 되어있죠. 공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예요. 특히 리스크 매니지먼트, 위기가 왔을 때 현명히 대처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오정석: 네, 맞아요. 저도 사업 도중 일어 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혹시 실패할 경우를 생각해서 끊임없이 내놓을 수 있는 아이템 또는 기술을 준비하는 게 좋죠. 이런 아이템이나 기술을 많이 준비해서 정부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해 보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사회자: 정부 창업 지원 프로그램 얘기가 나왔는데요, 먼저 창업을 해 보신 선배로서 정부의 청년 창업 지원 정책에서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김현진: 현재 정부의 창업 지원 정책은 1000명을 뽑아서 상위 30%에겐 100만원씩을, 나머지 70%에겐 70만원씩을 지원해주는 방식이에요. 하지만 저는 그것보다 적은 인원을 뽑아서 각각 3~4억을 주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사업을 하는데 100만원 가지고 뭘 하겠어요. 창업해서 3년 미만의 회사를 한국에서는 신생 기업이라고 해요. 3년이 넘으면 회사가 잘 망하지 않는다고 하거든요. 예를 들어 직원을 고용해서 한 명당 월급을 200만원 준다고 하면, 직원이 열 명일 때 월 2000만원이 돼요. 1년으로 따지자면 2억이죠. 이건 곧 내가 1년 동안 수익은 없어도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을 시간을 갖는다는 걸 의미해요. 이 시간만큼은 매출 걱정 없이 달려갈 수 있어야죠. 이렇게까지 자리를 잡으려면 개인적으로 최소 2억에서 3억, 5억까지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정민: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정부가 창업 초기의 어려움을 도와주려는 것은 좋지만, 지금 정부의 창업 정책은 너무 단발성으로 끝나는 면이 있어요. 4000~5000만 원 정도의 사업 금액도 흑자를 도출하기엔 어려워요. 물론 너무 소수에게 집중되면 다양성을 놓치게 되고, 창업 시장이 침체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겠죠.

김현진: 청와대에서 청년창업매뉴얼을 만들자고 연락이 왔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나오는 내용들은 전부 너무 이론에 치우쳐 있어요. 회사를 차리고 현실적으로 고려해야 할 건 한 달에 회식은 얼마나 가야할까, 왜 강남에 사무실을 차려야할까 이런 것들이죠. 만약 강북의 안 좋은 동네에 회사가 있다면 어느 인재가 이력서를 내겠습니까. 책자에 있는 재무 계획 이런 이론적인 내용은 후발적인 거예요. 실제로 저를 찾아오는 1, 2년차 사장들이 고민하는 건 조직 관계, 직원들의 동기 부여, 이런 게 많아요. ‘스톡옵션을 어떻게 나눠줘야 해요?’, ‘연대 보증 기금은 같이 서야 해요?’ 이런 질문들을 하죠.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것들이야말로 모든 사장들이 겪는 고민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서점에 가면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뻔한 정보들 보다는 이런 실질적인 정보들을 알려줘야 합니다.

사회자: 예비 청년창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말씀해주세요.
백민수
: 창업에서 순전히 돈만 벌겠다고 생각하면 다른 것을 많이 놓치고 절망감도 커져요. 실패해도 많은 걸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제조업 하다 보니 공연관계자나 공장관계자, 매장 관계자들도 알게 되었고 많은 경험을 쌓고 배울 수 있었어요. 그 주변의 다양한 경험을 생각하지 않고, 돈만 보고 달려간다면 결국 아무것도 없죠.

정찬호: 저는 지금 이 순간, 당장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준비에 얽메이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만 집중하는 거죠. 또 한 가지는 문제를 문제라고 정의 내리지 말자는 거예요. 일단 문제라고 정의 하는 순간, 그 문제는 더 커지게 되니까요. 어차피 사업을 해보면 너무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내가 다 알아서 할 수는 없어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에 나를 맡기고 있는 꼴이랄까? 이럴 땐 그냥 가만히 있어보자는 거죠. ‘매출이 더 늘어나야 한다, 안 그러면 큰일 난다’ 이런 생각은 말고 흘러가는 대로 놔두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서정민: 사실 창업은 나 자신을 관리하는 것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더라구요. 시작 전에 ‘내가 과연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를 생각해야 하죠. 그에 대한 답이 ‘내 성향과 인생관에 부합한 창업을 해서 인생이 더 풍요로워질 것 같다’라고 생각되면 창업을, 아니면 취업이나 다른 길로 가는 선택을 해야 해요.

정찬호: 저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어요. 창업에 있어서 나에 대한 마음가짐은 정말 중요해요. 하지만 좀 편하게 해야 해요. ‘일단 좋은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나에게 온다.’ 이런 식의 기본적인 생각이 필요하죠.

 김현진: 그런 마음가짐도 중요하지만 창업은 마라톤이라고 생각해야 해요. ‘적어도 5년!’, ‘나는 일단 이걸 시작하면 아이템을 바꿔서라도 10년은 한다’라는 지구력이 가장 중요한데, 요즘 대학생들은 안 되면 안한다는 식이죠. 이 지구력을 키우려면 자신만의 뚜렷한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철학이 없으면 내가 창업을 왜 하는지가 불분명해지고 결국 흐트러지게 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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