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SBS의 ‘장자연 리스트’ 공개로 고(故) 장자연 씨 사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09년 3월 장 씨가 소속 기획사로부터 술 접대ㆍ성상납 강요 등 폭행에 시달려왔다는 내용의 '장자연 문건‘을 남기고 자살한지 꼭 2년 만이다.

이번에 공개된 ‘장자연 리스트’는 장 씨가 직접 썼다고 알려진 편지로 언론사 대표, PD, 감독, 기획사 대표, 금융업체 대표 등 유력인사 31명에게 강요된 접대를 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경찰은 편지의 출처인 장 씨의 지인 전 모씨로부터 이 편지들을 압수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겨 필적감정 중이다. 이번 주 초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는데, 경찰은 이 편지가 장 씨의 친필편지로 밝혀질 경우에만 재수사를 하겠다고 한다.

사회 일각에선 “편지가 위조되었을 경우 수사를 재개하는 것은 마녀사냥, 명예훼손이니 신중해야 한다”고 말하며 장자연 사건 재수사에 비판적 입장을 보인다. 하지만, 편지의 조작 여부와 무관하게 장자연 사건은 응당 재수사를 해야만 하는 사건이다.

2009년 7월, 경찰은 장 씨가 성 접대 강요를 당했다는 의혹을 풀지 못한데 대해 "'장자연 문건'에 잠자리 강요라고 딱 한 번 표현돼 있는데 목격자도 없고, 고인이 살아서 입증하기 전에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하며 사건 수사를 종결시켰었다. 하지만 당시 핵심 용의자인 기획사 전 대표 김 모씨가 혐의사실을 입증할 만한 진술을 하지 않아 어쩔 도리 없다는 이유만으로 주요 용의자들을 무혐의 처리한 점, 김 모씨를 구속한 상태에서 수사할 수 있는 기간도 다 채우지 않은 채 서둘러 검찰에 넘긴 점, 술접대 등의 사실관계 정황이 포착된 뒤에도 수사대상자의 소환 일정을 확정하지 않는 점 등 충실한 수사와는 거리가 먼 의혹들이 쏟아져 나온 수사였기 때문이다.

2009년 7월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아래 한예조)의 인권침해 실태 설문조사는 무명 연기자 10명 중 2명이 직ㆍ간접적으로 성상납을 강요받고, 3명이 접대를 강요받고 있는 관행이 존재함을 드러냈다. 혹자는 장 씨를 비롯한 연예인들의 접대가 성공을 위한 자신의 선택이니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이는 실상에 무지해서 생긴 오해다. 한예조 김응석 위원장은 “대중들의 관심 밖에 놓인 연기자들은 연봉 1천만원에 4대보험, 심지어는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생존권을 쥐고 흔드는 기득권의 ‘노예’ 신세가 된 무명 연예인들에게 자율적 선택이 있을 순 없다.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고 말한 고(故) 장자연 씨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 이번만은 무명 연예인들의 인권을 위해서 2년 전과 달리 의혹 한 점 없는 재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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