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수학 연구자 정은옥 교수님

수학, 그리고 수학자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칠판에 가득한 복잡한 식들, 그리고 열심히 연필을 놀려가며 문제를 푸는 사람의 모습… 고등학교 때 배운 수학의 내용만을 떠올린다면, 수학과 ‘실생활’을 연결시킬 고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수학자의 모습에서도 마찬가지. 하지만, 수학의 모습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실생활과 무척 깊은 연관을 가진 수학도 있다는 것. 바로 ‘생명수학’이 그것이다. 약간은 낯선 이름인, 생명수학을 연구하고 계시는 정은옥(이과대ㆍ수학) 교수님을 만나봤다.

사실 생명수학은 전공자가 아닌 학생들에게는 꽤나 생소한 학문이다. 언뜻 들어서는 과연 무엇을 연구하는 건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생명수학이 무엇을 연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교수님은 대답 대신, 대뜸 책장에 있던 심장 모형을 꺼내 보여주셨다. 병원 진료실에나 있을 것 같은 심장 모형이 수학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 ⓒ 김용식 기자

“저는 수학을 하는 사람이지만, 이 심장 모형을 들고 다니면서 강의를 했었어요. 생명수학을 활용해서 심장, 더 나아가서 우리 몸의 순환계를 방정식을 이용해 풀고 가상 모형을 만들어 실험해보는 연구를 해요”

예를 들어, 심장에 피가 들어와서 다시 동맥을 통해 나가고, 또 다시 피가 들어오는 과정의 상호작용을 방정식으로 나타낸 뒤 그래프로 그려낸다. 이렇게 해서 심장의 작용을 수학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심장의 작용을 방정식으로 나타내는 걸까? 정은옥 교수님은 “실제로 심장 질환을 가진 사람들과 정상적인 사람들의 심장 방정식 표본을 각각 만들어서 비교해 볼 수 있어요. 심장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연구하는 거죠”라고 말씀하셨다.

   
▲ ⓒ 김용식 기자

이렇게만 들으면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생명수학은 우리의 실생활과 무척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학문이다. 둘의 관계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교수님의 설명을 한 번 들어보자. “최근 한창 화제가 되었던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등의 전염성 질병에도 생명수학을 활용할 수 있어요. 생명수학으로 각 질병에 대한 최적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거예요” 전염성 질병의 경우, 생명수학은 어느 순간에 어떤 해결책을 적용해야 가장 효과적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 가장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를 수학적으로 규명하는 데 쓰인다. “사실 이건 단순 질병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전염성이 있는 문제에도 쓰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흡연, 마약, 범죄학, 심지어는 음주 문화에도 이 이론이 적용되죠”

한참 생명수학을 설명하시던 교수님은, “제가 합창을 좋아해요”라고 갑작스럽게 화제를 돌리셨다. 당황스럽게 되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어지는 교수님의 말씀. “합창은 각각의 파트가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나올 수 없잖아요. 생명수학이 바로 그래요. 유체 역학, 물리, 생리학, 컴퓨터 프로그래밍까지 여러 학문들이 모두 어우러져야 하는 통합적인 학문이죠” 이것이 바로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생명수학의 매력이라고.

마지막으로 교수님께 생명수학을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고 부탁했다. 질문이 끝나자마자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건 바로 ‘소통’이란 단어였다.

“생명수학은 ‘소통’이에요. 학문과 학문을 잇는, 학문과 문화를 잇는, 그리고 학문과 사회를 잇는. 생명수학은 이들 간에 소통을 이뤄내는 다리 역할을 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하는 내내, 교수님은 컴퓨터에서 가상 모형을 보여주시기도 하고, 칠판에 직접 방정식을 쓰기도 하시며 생명수학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주셨다. 교수님의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느낄 수 있었던 건 바로 생명수학에 대한 교수님의 열정이었다.

좀 더 많은 수학자들이 응용수학을 연구해 실생활과 관련한 정책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교수님. 생명수학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수학자’를 꿈꾸시는 교수님은, 열정의 에너지로 꿈을 향해 나아가는 분이셨다.

   
▲ ⓒ 김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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