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세 명의 기자들은 서울 종암동의 세레니티 레미안 아파트에서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미술 치료 현장을 찾았다. 대학생들이 스스로 할 만한 심리 치료 방법에 대해 강사의 조언도 구할 목적이었다. 현장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가족 단위로 이루어지는 행사여서 별도의 절차 없이 미술 치료를 체험할 수 있었다.

“나무를 그려보세요” 강사의 지시는 간결했다. 똑같은 종이를 받았지만 기자들 세 명의 나무 그림은 제각각이었다. 기자 A는 주변의 꽃과 열매로 꽉 찬 느낌의 큰 나무를, 기자 B는 이파리를 세세하게 묘사한 중간 크기의 나무를, 기자 C는 잔가지가 매우 많은 중간 크기의 나무를 그렸다. 각각의 나무를 통해 기자들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었다. 기자 A는 나무의 주변을 가득 메움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욕구를, 기자 B는 세심한 이파리를 강조함으로써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을, 잔가지를 많이 그린 기자 C는 폭넓은 관심분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부족했던 탓도 있지만 생각보다 매우 간단하게 느껴졌다. 그럼 역시 ‘전문가의 도움 없이 대학생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심리 치료 요법도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박정아 미술 치료 강사의 대답은 “NO”였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도시 속의 호랑이를 그렸다고 하자. 그렇지만 이것을 문제가 있다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도시 속의 호랑이는 다소 의아하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충분한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정아 강사는 “검사라는 도구는 있지만 그림 하나만으로 모든 걸 평가할 수는 없다”며 “책이나 인터넷에 나온 심리 치료 지표를 100% 맞는 것이라고 믿는 것도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강사는 “심리 치료는 내 스스로 통찰할 수 없는 내면을 바라보는 중요한 과정이므로 심리적인 문제가 있을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