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도서관(생도)이 중앙자치기구에서 제외됐다. 학우 이용률 저조, 좌편향적인 정치색, 중앙도서관과의 차별성 미비 등의 이유에서다. 학생대표들이 참석해 결정한 사안이라지만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 그 과정이 상당히 체계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첫째, 대의원 자질의 문제다. 상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 당시 예정된 회의 안건에도 없었던 생도 지위 박탈에 관한 논쟁이 일었을 때 대의원들은 철저히 개인적인 생각만을 피력했다. ‘오늘 생도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나도 모르는 데 누가 이용하겠는가’라며 생도를 중앙자치기구에서 탈락시켜야한다는 대의원이 다수였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대의원들이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 학생들의 대표인 대의원들이 생도를 모르고 있었던 건 절대 자랑이 아니다. 학생 사회에 대한 무관심을 증명하는 것 밖에 안된다.

둘째, 대의원들이 소속 단위 학우들의 여론을 얼마나 취합해서 표결에 임했는가에 관한 문제다. 상반기 전학대회 이후 임시 전학대회까지 약 2주간 분명 생도를 중앙자치기구에서 제외시키는 회칙 개정안이 발의된 것에 반대를 표하는 학우들의 의견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트위터를 통해, 서명을 통해 혹은 지지 대자보를 통해 학우들은 생활도서관이 자치기구로 남아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임시 전학대회 당시 이 같은 학우들의 반응이 대의원들 입에서 나온 적은 없었다. 대의원들이 생활도서관 존폐 여부를 따지기 전에 ‘대표’라는 개념부터 배워야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셋째, 대의원들은 좌편향적인 활동이 왜 문제가 되는지 뚜렷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정치색을 띄는 기구는 학생을 대표할 수 있는 중앙자치기구가 아니라고 지적했지만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총학생회 회칙을 보면 생도는 ‘타율적 지식이 아닌 자율적 지식의 습득을 기치로 하여, 진보적 사상의 탐구 및 전달을 목적으로 한다(제 15장 생활도서관 17조 지위 및 목적)’고 명시돼 있다.생도는 회칙대로 진보적 사상을 추구했을 뿐인데 탄압의 대상이 된 것이다.

소수의 학우들만이 열광하는 학문이라고 해서 학생이 학생의 활동을 탄압해도 된다는 정당성은 없다. 대학은 지식의 상아탑이며 학술의 전당이다. 어떠한 학문 분야든 존중받아야 하며 또 연구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생도는 하루빨리 중앙자치기구로 정상화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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