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된 것이 엊그제 인데, 벌써 중간고사가 지나가 버렸다. 신입생들에게 대학에 대한 환상이 부서져 현실로 다가온 바로 그 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현실의 한 가운데에, 생생하게 진행되는 강의들이 있다. 바로 우리는 지금 모난 돌이 정 맞는 대한민국 대학의 중심에서, 그 강의 하나하나 속에서 모난 돌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난 돌이 별것인가.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불쑥 손을 들어 질문을 하나, 대학에 와서 그렇게 하나 여기저기서 따가운 시선이 날아와 박히고, 여지없이 흔히 ‘뒷 담화’라고 하는 도마에 올라 보기 좋게 썰리고 만다. 모난 돌로 낙인찍힌다. 그것이 바로 모난 돌. 나대는 놈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무자비한 칼질은 결국 모난 돌을 편평한 자갈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그리고 자갈들은 모두 시멘트에 섞여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하나를 만들고 끝나버린다.

필자 역시 모난 돌은 머리만 커버리고 사회성은 배우지 못한 철부지라고 생각하기에 그것을 다듬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둥그런 자갈 따위가 우리의 이상향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모난 돌이 아닌 바로 ‘예리한 돌’이 되자 말하고 싶다.

모난 돌과 예리하게 정련된 돌의 차이는 무엇 인가. 단순히 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되는대로 질문을 던져 교수의 타오르는 의욕과 강의실 분위기를 박살을 내어놓는 것은 절대로 칭찬받아야 할 행위가 아닌 것-바로 ‘모난 돌’이다. 대저 대학생이란 타이틀은 상아탑에서 지내며 지식만이 아닌 품위와 염치를 갖춘 인텔리-‘예리한 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침묵하는 순간 분연히 일어나 핵심을 관통하면서도 품위있는 질문을 ‘투석’하는 것은, 언제나 예리한 대학생에게서만 비롯되는 것이다.

질문과 토론, 그리고 맹점의 포착은 지식을 다루는 장소 그 어디에서나 환영받고 권유되어야 할 행위이다. 그러나 우리는 먼저, 투박한 돌기로 어정쩡한 흠집을 내고, 파편으로 인해 나타날 우울한 부작용을 경계하고 배제하기 위해 날카롭게 질문과 그 핵심을 다듬은 후 토론에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잊혀 지지 않는 깊은 흔적을 남겨야 할 것이다.

2011년. 대학에서마저 나서는 놈은 관심병자로 낙인찍히는 대한민국이다. 우리는 정이 두려워 한낱 자갈로 상아탑에서의 4년을 보내고 만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정 맞는 것은 두렵다. 그저 나대는 존재로 낙인찍혀 별종으로 판정받기도 싫다. 그러나 자갈이 되어 시멘트에 섞여버리기는 더욱 두렵지 않은가. 그렇기에 이 짧은 글을 통해 막 대학에 발 담근 신입생부터, 얼마 남지 않은 선배님들에 이르기까지 예리하게 날이 선 돌멩이가 되어 대학과 사회의 높은 벽에 깊이깊이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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