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김진규 총장은 글로컬캠퍼스 명칭 선포식에서 학사 구조조정이 있을 것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우리대학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학사와 연구조직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전 다섯 번의 단과대별 ‘총장과의 대화’에서부터 예고했던 일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번 학사 구조조정엔 학과 개편에 대한 내용이 많다. 우리대학은 이 문제와 관련해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2005년, 대학본부는 문과대의 독어독문학과, 불어불문학과를 EU문화정보학과로 통합했었다. 그러나 이 구조조정은 실패로 돌아가 불과 3년 전인 2008년 2학기에 EU문화정보학과를 히브리ㆍ중동학과와 함께 폐지, 문화콘텐츠학과로 다시 통폐합하게 된다.

두 번의 구조조정은 대학본부가 구조조정을 결정한 후에야 학우들에게 통보했다는 점에서 소통의 부재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해당 학과의 학우, 교수들이 거세게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본부는 장래성이 없는 학과를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학우들을 납득시키고 이해를 구하는 데 실패했음에도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물론 교육기관인 대학에서 교육의 질과 연구의 능률을 개선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고려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학우들의 의견 수렴이 전제돼야 한다. 구조조정의 목적이 학우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함인데 학우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학우들을 만족시키는 교육을 만들 수 있겠는가. 학사 구조조정은 어떤 구성원들보다 학우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기억하고 생길 수 있는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이번에도 첫 계열별 부총장 임명까지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동안 학우들이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만들 수 있었으나 그런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모습에 학우들은 총장과 대학본부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총장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위원회의 의견을 종합할 것”이라고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신은 여전하다. 상당수 학우들은 구조조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우리의 의견을 들을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총장의 말이 학우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오려면 대학본부가 즉각적인 행동을 보여야 한다. 앞장서서 총학생회를 비롯한 관련학과 학생대표자, 학우들과의 대화를 시작해 구조조정으로 생길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논의하고 학우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 대학본부는 이미 두 번의 과오를 저질렀다. 똑같은 일을 세 번 반복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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