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참여자: 07학번 박하 09학번 향신료 10학번 런던 07학번 아른

사회자: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변날)에 가입하게 된 경로와 이유는?
향신료: 고등학교 때까지는 성정체성에 대해 그렇게 큰 문제는 못느꼈었어. 하지만 대학이라는 사회에 들어오니까 성정체성을 관리할 필요가 느껴졌지. 다른 성소수자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궁금하기도 해서 변날에 가입하게 됐어.

박하: 변날이 인권운동 단체이긴 하지만 친목도 당연히 전제된 모임이라 생각해. 난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을 나누는 공간이 필요했어. 또한 앞으로의 내 인생이 이성애자와는 매우 다를 것이라고 느껴졌지. 레즈비언도 똑같은 국민으로서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 할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런 상황을 개선할만한 여러 활동을 하고자 가입하게 된거야.

아른: 난 최근 가입한 신입인데 4년 동안 계속 변날을 보아왔어. 처음엔 잘 몰랐지만 오랫동안 변날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변날의 의의를 혼자서 생각하게 되었고 뒤늦게 용기를 내서 가입했지.

사회자: 성소수자로서 겪었던 에피소드가 있었어?
박하: 내가 느끼기에 우리학교는 전반적으로 성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분위기인 것 같아.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나 ‘호모포비아는 무식한거다?’, ‘교양인이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니다’라는 인식말이야. 그래서 개인적으로 겪은 사건은 없었는데 변날이 사건을 겪은 적이 있었어. 2008년 레즈비언 문화제 기간에 레즈비언 문화제의 상징으로 무지개 깃발을 걸었었는데 그 때 학내 한 기독교 동아리가 그걸 훔쳐간거야.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묻는 대자보를 붙이니까 그 동아리가 “우리는 레즈비언 문화제를 반대한다. 기독교인으로서 레즈비언 문화제가 있다는 것이 싫다” 라는 대자보를 붙였더라고. 당시 학내에서 큰 이슈가 됐어. 그것에 대해 학생들이 개인적인 의견을 자보로 써서 붙이더라. 99% 정도는 그 기독교 동아리가 잘못됐다고 하는 자보였어. “나도 기독교인이지만 이건 아니다. 그러니까 기독교가 욕을 먹는 거다” 이런 식으로 말이야. “변날에게 사과해라, 잘못하는거다”라는 자보가 많았어. 결국 동아리연합회에서 투표를 거쳐 그 동아리는 제명됐지.

향신료: 그리고 2009년도에 총학생회와 자치단위연합회의 예산 지급방식에 대해 마찰이 생기면서 예산을 못 받은 적이 있었어. 변날은 자치단위연합회에 속한 자치단체라 학교에서 예산을 받아 활동비에 보태고 있거든.

박하: 예산을 못받았던 그때 학우들을 대상으로 후원금 모금 운동을 했었어. 별다른 형식 없이 그냥 계좌번호 적어놓고 “저희 문화제해야 하는데 조금만 보태주세요”라는 식으로 했었지. 생각보다 상당히 많은 후원금이 모여서 많은 분들께 고마웠었어.

사회자: 아직까지도 우리 나라엔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잖아. 이런 편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
향신료: 일단 성소수자가 일반 대중에게 노출이 안 돼 있고 잘 모르기 때문에 편견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해. 난 레즈비언이지만 다른 사람들, 예를 들어 트렌스젠더의 경우 잘 만나본 적이 없어. 그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워낙 없으니까 약간의 편견은 가질 수 있지. 그런데 문제는 서로에 대해 알기 전에 가졌던 편견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각자의 의견을 그냥 밀어붙이는 식으로 간다는 거야. ‘나는 너의 의견을 듣고 싶어’가 아니라 ‘나는 너를 반대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지. 그런 문제 때문에 나쁜 편견이 계속 존재하게 되는 것 같아.

런던: 중ㆍ고등학교 도덕 교과서를 보면 성정체성이라는 말 자체가 없고, 동성애자라는 말도 나와있지 않다고 해. 그러다보니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올때까지 성소수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거지. 우리나라 교육을 봤을 땐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심어질만한 시스템 자체가 없어. 어렸을 때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회자: 이성애자가 비 이성애자를 어떻게 대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있어?
아른: 난 성정체성이라는 것은 변화한다고 생각해. 지금은 이성애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거야. 결국 성소수자의 문제는 이성애자 역시 겪을 수도 있는 문제인거지. 이성애자도 내 주위의 동성에게 사랑을 느끼게 될 수 있는거고, 동성애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이성과 사랑하게 될 수도 있고.

박하: 이성애자가 어떤 특권을 가진 것처럼 ‘내가 널 인정해줄게’라는 식으로 비 이성애자를 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비 이성애자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로 보는 시선도 사실 이상한거지. 우리가 ‘난 네가 남자인 것을 반대해’라고 말하진 않잖아. 성정체성이라는 게 사람을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나, 인간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 그 어떤 얘기도 필요가 없는거야.

사회자: 마지막으로 우리대학의 성소수자 학우들에게 해 줄 말이 있다면?
박하: 일단 나는 성소수자에게 커뮤니티는 정말 중요하다고 봐. 성소수자가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모든 일의 첫걸음이거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이성애자인데 난 왜 이러지?’라고 생각하다가 다른 동성애자들의 존재를 알게 되면 그게 굉장히 지지가 돼. 스스로에 대한 호모포비아에서도 벗어날 수 있지. 그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우정을 나누고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존재가 된다면 더욱 더 시너지 효과가 나는 거구. 나아가다 보면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하나의 단체로 발전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어쩌면 우리가 이성애자로 살아가는 사람들과 똑같이 대우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가장 첫걸음이 바로 이런 커뮤니티같아. 이런 점에서 대학 내의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그 목적이 크든 작든 상관 없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아른: 나는 성소수자들이 스스로에 대해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 변날의 경우 일주일에 한번씩 세미나를 열고 섹슈얼리티에 대해서 공부를 하거든. 이런 것에 대해 스스로 알아가는 일 자체가 나에게 용기가 되는 것 같아. 어떻게 보면 이렇게 공부를 하는 것이, 성소수자들의 활동을 좀 더 양지로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생각해.

*호모포비아: 동성애 혹은 동성애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와 그로 인한 차별을 일컫는 말. 동성애 혐오증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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