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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거리로 나선다 '퀴어문화축제' 속으로
남기인 기자 | 승인 2011.06.07 22:30

‘나는 가수다?’아니, ‘나는 퀴어다!’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28일, 서울 을지 한빛 미디어파크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는 당당하게 성소수자임을 외치거나 그들을 예찬하는 열기로 가득찼다. 올해로 12회를 맞이한 퀴어문화축제는‘퀴어 예찬’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인디밴드의 공연으로 화려하게 개막했다.

오후 열두시 쯤 한빛 미디어파크는 다양한 부스 행사, 조형물들과 함께 퀴어의 상징인 남색이 빠진 여섯색의 무지개 빛깔로 물들어 있었다. 날씨가 좋았던 덕분에 외국인을 포함하여 수백명의 사람이 모여들었다.

개막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유난히 바쁜 부스가 있었다. 프레스카드 발급 부스였다. 퀴어 문화축제에서만큼은 프레스카드를 발급 받은 사람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엄격한 룰이 있다. 프레스카드를 발급받으려면 간단한 자기확인서를 작성해야 했다. 원치 않게 사회적으로 노출될 위험으로부터 성소수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성소수자 인권조례 부스도 눈에 띄었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와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가 함께했던 이 부스는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즉시 조례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받을 수 있도록 꾸며졌다. 사람들은 △동성결혼 인정 △성소수자들만의 쉼터 마련 △학교에서 주기적인 성소수자 인권교육 실시 등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포스트잇에 써붙였다.

여러 부스 가운데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인‘친구사이’에서 직접 만들어 전시한 퀴어타운 모형은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다. 친구사이 관계자는“퀴어타운은 중구 일대의 실제 지도를 바탕, 실제 건물 위치에 앞으로 생겼으면 하는 LGBT관련 시설물들을 배치하여 2개월에 걸쳐 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BT 전용 웨딩홀, LGBT 병원, LGBT 모텔, LGBT만의 홈스튜디오 등 창의적인 시설물들이 퀴어타운을 장식했다.

6월 2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LGBT영화제 홍보 부스도 마련됐다. LGBT영화제에서는 성소수자를 소재로 했거나 주제로 하는 총 11개국의 나라에서 온 23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10주년을 맞은 올해의 LGBT영화제는“너의 색을 밝혀라! Color_of_Your_SeLFF”라는 도발적인 슬로건을 표방했다. 또한 올해의 LGBT영화제에서는 섹션제를 도입해‘핫핑크 섹션’과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6색 무지개(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보라) 색깔에 맞춘‘레인보우 섹션’을 새롭게 선보였다. 각 섹션에서 △빨강은 표현수위가 높은 영화 △주황은 사회성이 짙은 영화 △노랑은 행복감을 주는 영화 △초록은 평화 소재의 영화 △파랑은 청소년 소재의 영화 △보라는 슬픈 영화를 특징으로 한다. 각 섹션에 어울리는 영화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 외에도 10대 청소년의 성소수자 문화를 홍보하는 십대예찬 부스, 콘돔을 예쁜 막대사탕 모양으로 포장해서 나눠주는 아이샵(iSHAP) 부스 등 다양한 부스 행사들이 관심을 받았다. 그 중 여성주의 네트워크인‘언니네트워크’부스의 과감 한 사진전은 레즈비언의 성적 판타지를 솔직하게 표현하여 보는 이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언니네트워크 사이트를 통해 퀴어문화축제에 오게 된 레즈비언 커플 J와 H씨는“생각보다 볼거리도 많고 매우 재밌다”며“내년의 퀴어문화축제도 기대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사
운드아트 전시회‘레인보우 보이스 커밍아웃’, 상상화 전시회‘25가지 게이 상상’, 스토리텔링공연인‘퀴어청춘예찬!’과 같은 스페셜 이벤트도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특히 이 날 무대행사에서 국민참여당의 이상성 의원은“Queer Happy”라는 문구가 적힌 치마를 입고 무대에 올라 열띤 호응을 받았다. 또한 무대에 선 LGBT영화제의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은 내년 퀴어문화축제에서 결혼식을 올리겠다는 깜짝 발언을 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축하의 함성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퀴어문화축제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행사는 퀴어 퍼레이드였다. 4시반에 시작된 퍼레이드 행렬은 3대의 차량과 그 뒤를 따라가는 여러 단체들로 구성됐다. 행렬에 동참하고 싶은 시민이라면 누구든 함께 할 수 있는 자유로운 행렬이었다.

첫 번째 행렬은 퀴어문화축제 기획단 차량과 대학단체, iSHAP, HIV/AIDS 단체로 구성됐으며 두 번째 행렬은 언니네트워크 차량을 앞에 두고 레즈비언, 여성주의 단체, 청소년관련 단체들이 뒤를 이었다. 마지막 행렬은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차량과 그 뒤는 개인참가자, 이반업소,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들이 따랐다. 첫 번째 차량 위에는 외국인들이 올라가 춤을 췄고, 두번째 차량 위에서는 레즈비언 댄서들이 다소 과감한 퍼포먼스를 보였다. 마지막 차량 위에서는 게이(혹은 바이섹슈얼)들이‘여러분 우리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 당당한 LGBT입니다!’라고 외치며 유쾌한 퍼레이드를 했다.

 각 차량 뒤로는 가면을 쓰거나 얼굴을 당당히 드러내고 걷는 사람들 또는‘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양성을 존중해요, 차이를 인정해요’와 같은 피켓을 든 사람들도 있었다. 성소수자 혹은 이성애자라는 것에 구애받지 않고 함께 어울릴 수 있었던 신나는 퍼레이드였다. 행렬을 따라가던 한 주부는“오늘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퍼레이드”라며“아이도 너무 좋아하고 이런 열띤 현장을 보여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나라씨도“퍼레이드가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했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재미있고 기대이상”이라며“서울의 중심지 에서 성소수자들이 행진한다는 것이 큰 상징성을 띠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퍼레이드가 끝난 후에도 게이시대, 레이디 나나의 축하 공연과 이태원 클럽 PULSE에서의 애프터파티까지 이어져 퀴어문화 축제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다. 화려한 퍼레이드 행렬 만큼이나 화려한 퀴어들의 끼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퀴어문화축제에서 보였던 그들의 넘치는 끼와 열정이 세상에 더 드러나고 예찬되기를 기대해본다.

LGBT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렌스젠더를 지칭하는 축약어

남기인 기자  kisses77@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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