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또 한 학기가 끝났고, 우리들 앞엔 여지없이 성적표가 놓여졌다. 좋은 결과를 얻은 강의도 있겠지만, 좋지 못한 결과를 얻은 강의도 있을 것이다. 성적표에 찍혀 나온 학점을 보며 누군가는 고민한다. ‘재수강할까?’

재수강이라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현상 중 하나인 학점 인플레이션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0년 4년제 일반대 졸업생 중 35% 이상이 졸업평점평균 A 이상이며, 전체의 90% 이상이 B 이상의 성적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모두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받은 것 자체는 나쁜 것은 아니다. 모두가 노력했다면 모두가 좋은 성적을 받는게 어찌 보면 당연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 내면은 어떠한가?

학점 인플레 내면에서는 재수강이라는 요소가 두 가지 부정적인 모습을 야기하고 있다. 하나는 상대평가 제도로 인한 불공정 경쟁과, 그로 인한 재수강에 필요한 금전적 부담이다.

불공정 경쟁이란 대체로 고학년이 저학년 강의를 재수강하면서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학업에 대한 노하우, 정보, 방법에서 고학년이 저학년보다 비교우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학년 강의엔 고학년 수강인원제한이 있지만, 전체 수강생 중 상대평가로 좋은 학점을 받는 인원수가 대체로 고학년 수강인원수와 비슷하다.

현재 학점 인플레이션 고리 대로라면 2학년이 2학년 강의에서 좋지 못한 학점을 받으면 고학년이 되어서 재수강을 하게 된다. 그러나 재수강은 공짜가 아니다. 결국 추가적으로 돈이 필요하다. 소위 ‘학점 세탁’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사회가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이상의 학점을 요구하는 이상, 학점 인플레이션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안에서의 악순환, 즉 재수강으로 인한 불공정 경쟁과 경제적 부담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필자는 현행 성적평가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 전공의 기초를 닦는 저학년 강의는 절대평가로, 경쟁이 필요한 고학년 강의는 상대평가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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