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석찬(문과대ㆍ문콘2) 학우 ⓒ이동찬 기자

 

"내 꿈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 게임이름 와우)를 뛰어넘는 게임을 기획하는 것"

우리대학 국내 최초의 장애인 e스포츠 심판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고석찬(문과대ㆍ문콘2) 학우다. 평소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미소녀 게임 캐릭터를 주제로 하는 블로그를 운영해 일본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블로거랭킹 1위를 한 경력도 있다. 다음 달 22일부터 24일까지 제주에서 열릴 제1회 국제장애인e스포츠대회 심판을 준비하고 있는 고석찬 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그는 "단순히 흥미와 호기심으로 e스포츠 심판에 지원했었다"며 "합격한 뒤 e스포츠 심판 교육을 받는데 너무 재미있다"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에겐 이런 즐거움과 행복이 찾아오기까지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원래부터 몸이 불편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고등학교 입학식 때 허리가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의사는 척추염이라고 진단하며 척추의 염증만 제거하면 되는 수술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수로 척추의 염증과 함께 척추의 신경까지 건드리게 됐다.

그렇게 느닷없이 하반신 마비가 찾아왔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나서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았어요.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밖으로 나오기가 무서웠어요." 그는 하루종일 방안에서 게임과 인터넷만 했다. "매일 18시간 게임을 할 정도"로 게임에 미쳤었다.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었다.

 그렇게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우연히도 자신과 비슷한 처치에 있는 장애인을 TV를 통해 봤다. "저와 다를 바 없는 장애인이 일상생활을 하고 사회생활을 똑같이 하고 있었어요. 충격적이었죠." TV를 본 그는 자립을 결심하게 된다.

서울 국립재활원에서 1년 동안 자립하는 법을 배웠다. 기본적인 사회활동부터 시작해 운전면허까지 딸 수 있었다. 장애가 오기 전 다녔던 고등학교도 재입학해서 다녔다. 그러나 고비는 하나가 아니었다. 죽고 싶은 날도 있었다. 그는 "재입학한 고등학교에서 신체적인 한계를 느꼈고 자퇴를 했다"며 "죽고 싶었다"고 말했다. 폭설이 내리는 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바다가 보고 싶었던 그는 차까지 다가가지 못하고 눈 속에 파묻혀 가만히 멈춰 있을 수밖에 없었다. "두 시간정도 눈을 맞으며 가만히 있었어요. 그 두 시간 동안 자신과 진지한 대화를 했죠. 마침내 그가 내린 결론은 '죽음'이 아니라 '죽을거라면 하고싶은 거라도 하자'라는 마음가짐이었다.

그 때부터 다시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게임에 투자해오던 18시간을 공부에 쏟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 그는 바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우리대학 문화콘텐츠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현재 e스포츠 심판인 그는 VOD 영상을 중심으로 각 종목별 게임마다 규칙을 암기하고 있다. 일산으로 가서 꾸준히 교육을 받고 있는 그는 "e스포츠를 시청하는 시청자에서 심판이 되니 감회가 새롭다"며 "배우면서 프로의식이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궁극적으로 게임 기획자가 되고 싶다는 그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뛰어넘는 게임을 기획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또 "자신이 우연히 TV에서 재활을 하던 장애인을 보고 다시 살아갈 맘을 찾은 것처럼 다른 장애인들도 열심히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고생이 이제야 결실을 맺듯이 앞으로 그의 노력이 e스포츠계에 얼마나 빛을 발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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