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여의도 전국 농민대회 민심기행

▲ ©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1년 만에 다시 올라온 서울의 여의도. 점점 더 힘들어지는 농촌을 바꿔보고자 전국에서 올라온 농민들. 그들에게 그나마 반가운 것은 오랜만에 풀린 따뜻한 날씨 뿐이었다. 약 12만명의 농민들이 여의도에 다시 올라온 것은 작년보다 더욱 심각해진 농가부채와 농업개방 문제 때문이었다. 작년에도 이들은 똑같은 구호를 외치며 여의도를 찾았으나, 올해도 어김없이 아니 더 절박함을 느끼며 같은 구호를 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빚이 1억 3천이야~" 홍합국물에 소주 한 잔씩을 걸치고 있던 한 농민은 논 만평, 밭 6천평, 과수 3천평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1억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농민들은 대부분 대농 아니냐는 기자의 물음에 "나도 그 정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이 그래”라며 함께 있던 농민이 말을 거든다. "나도 너 만한 딸이 있는데, 지금 대학교 2학년이야. 애를 서울로 대학 보내면, 등록금 내야지 하숙비 줘야지 용돈 줘야지 돈이 좀 많이 들어가? 맨날 손해만 보는 농사짓는데 언제 빚을 갚겠어?"라며 신세한탄을 늘어놓는다.

농가부채는 '농민'이라는 이름의 증표인가? 얇은 안경에 마른 체구의 김미경(충남 예산군, 37)씨가 답답해하며 말을 꺼낸다. "도시 오면 도시 사람들이 우리 보는 눈이 곱지 않은 게 느껴져. 하긴 내가 도시에 살았더라도 그렇게 봤을 것 같애. 안살아본 사람은 모르지"라며 말을 이어갔다. "우리가 농사 지어 팔아도 고정가격이 없어. 우리가 2백원 3백원에 팔아도 서울 올라가면 2천원 3천원에 팔리니… 그러니 그해 농사 손해 보면 빚지고 다시 농사 짓는 거야. 빚이 늘어도 어떡해~ 농사를 지어야 먹고 살든지 하지~" 그러다 늘어난 빚에 못이겨 어떤 농민들은 '죽기도 한다'고 한다. '그 빚을 자식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는 시골 부모의 생각에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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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부채로 이미 많은 농민들이 죽음을 선택했다. 그런 농민들에게 WTO농산물 개방과 FTA는 안그래도 힘든 농촌 농민들을 더욱 벼랑끝으로 몰고가는 것이다. "나라에서야 농산물 개방하더라도 새로운 제품 만들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하는데, 농민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새로운 종자 만든다고 투자하고 실험해 보겠어. 빚도 많은데…"라고 말하는 김씨 아주머니. 실제 농민의 삶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채 제안하는 정부의 그럴싸한 대안은 흙과 함께 살아가는 농민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에 불과했다.

"농산물 개방하는 것은 농민들의 수족을 묶는 것과 다름없어"라는 한 농민의 말. 아무리 힘들어도 흙을 버릴 수는 없다는 농민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그들의 자녀가 “우리나라의 먹거리를 지키는 농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는 것” 뿐이었다.  ‘먹거리를 지키는 자부심’을 위해 끊임없이 서울에 찾아오는 농민들. 먹거리를 버리지 않고 지키겠다며 서울에 올라와주는 그들이 차라리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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