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신문연구소(API)는 2005년 하버드 대학 경영대학원의 크레이톤 크리스텐슨 교수에게 의뢰해 전 세계적으로 신문기업이 처한 상황을 분석하고 미래에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서 보고서를 내도록 했다. 1년 후 나온 보고서(Blueprint for Transformation)에서 크리스텐슨 교수는 과거 수십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60개 이상의 산업분야에서 성공한 기업들이 변화의 물결 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져갔으며 이들 기업은 거의 똑같은 실패의 양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그 변화의 물결을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라고 명명했다. 혁신은 모든 산업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며 일류 기업은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서 기존의 상품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혁신을 선도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적인 기업들이 성장과 건강성을 유지하는 일반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가끔 게임의 판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매우 다른 종류의 혁신이 일어난다. 이때 일류기업들은 과거에 성공해왔던 방법대로 대처하려다 오히려 파괴적인 혁신에 제대로 대처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 우리가 스웨덴의 노키아나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 등의 경우에서 보는 바와 같다.

인간은 어느 시대이건 남들과 경쟁하면서 살아왔고 경쟁은 인류의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촉진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경쟁상황은 이제껏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해오던 것과는 양상이 다른 듯하다.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이 경쟁의 양상은 가히 파괴적 경쟁이라고 할만하다. 삼성이 세계적인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유도 파괴적 혁신이 어떤 양상으로 닥칠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삼성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우리 학교는 지금 경쟁대학을 이기고 뛰어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이상의 추락을 막기위한 방안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의 본질을 알고 있기나 한 것일까. 산더미 같은 쓰나미가 덮쳐 오는데 우리는 비치 파라솔 아래에서 낮잠을 조금 더 자겠다고 투정을 부리고 있는 격은 아닌지 자문해볼 일이다. 지금 대학이 처해 있는 상황은 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실에 안주하고 긴장의 끈을 놓고 있다가는 대학서열이 추락해 수년 내에 신입생 모집을 걱정해야할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지난 8월 22일에 있었던 2011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김순도 총동문회장은 축사를 통해 앞으로 동문회는 재단과 학교 집행부를 100% 후원하고 지지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참으로 시의적절하고 반가운 결의가 아닐 수 없다. 김회장이 이같은 지지를 표명한 배경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바로 대학이 처해 있는 환경 때문일 것이다.

동문회는 이미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의 단체다. 대학 내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사안들에 대해 한발짝 물러나서 비교적 객관적으로 학교에 도움이 되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학교와 동문들은 정비례의 관계를 갖는다. 어느 한쪽이 잘되면 잘될수록 다른 한쪽은 자연스레 덕을 보는 반면 반대의 경우는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 파괴적 혁신의 시대에 학교는 동문회에 현명한 중재자 역할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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