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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직전의 일상문학의 창[4] - 이사타 코타로의 『종말의 바보』
김선민(국문4휴) 학우 | 승인 2011.08.31 04:16

[종말 3부작 시리즈]
(1) 종말의 바보 - 이시타 고타로 (종말 직전의 일상)
(2) 더 로드 - 코맥 매카시 (종말 후의 생존)
(3) 물속 골리앗 - 김애란 (종말 속의 인간)

‘세계의 종말’은 할리우드식 SF, 판타지 영화에서 자주 다루는 소재다. 세상이 끝난다는 2012년이 다가오고, 이상기후가 계속되는 것도 종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영화에서는 대부분 종말의 원인을 알아낸 주인공이 인류를 위해 어떻게든 이를 막으려는 영웅주의적 서사 방식으로 그려지기 쉽다. 그래야 극이 훨씬 스펙터클하게 그려지고 블록버스터에 걸맞게 화려한 영상미를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세계의 종말이 다가온다면 누군가는 영화처럼 영웅적인 주인공의 역할을 맡아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연 모든 사람이 주인공처럼 비장하게 세상의 종말에 맞서 싸울 수 있을까? 어딘가에 핵이 떨어진다거나, 외계인이 침공한다거나, 쓰나미가 몰려올 때 우리는 영화 속 엑스트라처럼 멍청하게 비명만 지르다가 1초 만에 죽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이시타 고타로의 『종말의 바보』는 소행성 충돌까지 겨우 3년을 앞둔 세계에서 ‘힐즈타운’이라는 일본 센다이의 작은 아파트를 비추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소설에서 주목할 점은 종말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변주하여 풀어내는 작가의 연주 실력이다. 8개의 독립된 일화를 통해 옴니버스 방식으로 종말을 앞둔 아파트 주민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에는 영화적인 긴박감이나 비장함을 쭉 빼버리고 소행성 충돌까지 3년이 남았다고 했을 때 있을법한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지구가 사라지기까지 3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이를 낳는 것이 옳을지, 갑작스럽게 애인을 만들고 싶어졌다든지, 집 나간 딸과 화해를 하고 싶다든지 하는 우스꽝스러운 고민으로 가득 차있다. 이처럼 일본 소설 특유의 가볍고 재치 넘치는 문장과 작가의 능숙한 서술이 합쳐지면서 소설은 담백하고도 독특한 맛을 낸다. 소설을 모두 읽고 그 묘한 맛을 음미하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나였다면 종말 직전에 무엇을 고민하고 있을까?’

결국, 작가는 소설에서 종말이라는 소재를 담백한 시선으로 비틀어서 독자들이 스스로 삶에 다시 생각해볼 기회를 마련해 준 것으로 생각한다. 소설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죽는 것보다 무서운 것은 많아.’라는 대사가 나온다. 죽음보다 무서운 것이 많다니. 무엇이 그리 무서울까. 작가는 이 대사를 통해 ‘종말보다 무서운 것은 많아. 예를 들면 10년 동안 풀리지 않는 앙금이랄까, 삶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랄까. 무서운 것은 우리의 현실 그 자체지.’ 하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이 때문에 종말을 앞둔 힐즈타운의 주민에게 소행성은 생명을 위협하는 종말이 아니라 오히려 지난 삶의 실패와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만약 지금 자신이 삶의 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이 『종말의 바보』를 읽고서 힐즈타운 주민과 함께 죽음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김선민 학우    
(문과대ㆍ국문4)    
2007년 <건대신문> 문화상 소설부문 당선자    

 

김선민(국문4휴) 학우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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