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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후의 생존문학의 창[5]- 코맥 매카시의 『더 로드』
김선민(국문4) | 승인 2011.09.11 15:49

아버지와 아들이 추운 겨울 숲을 지나고 있다. 아버지는 권총을 차고 있고 방수포가 덮인 낡은 카트에는 짐들이 잔뜩 실려 있다. 이들은 종말 이후의 생존자들이다. 소설 『더 로드』에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종말 이후에 내던져진 한 부자의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시작한다. 왜 세상이 이렇게 되었는지, 주인공 부자가 어떤 사정으로 얼어붙은 세상에 내던져졌는지 소설에서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오직 종말 이후의 세상을 아버지와 아들이 어떻게 살아나가는지만 보여줄 뿐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끊임없이 묻게 된다. 과연 모든 것이 사라진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노력이 왜 필요한지.

소설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은 끊임없이 무엇인가와 싸운다. 추위와 싸우고, 굶주림과 싸우고, 야생 동물과 싸우고, 다른 생존자들과 싸운다. 소설 전체가 치열한 생존 싸움으로 가득 차 있다. 밤이 되면 추위에 떨던 아들은 아버지에게 묻는다. 우린 죽나요? 아버지는 대답한다. 언젠가는 죽지. 지금은 아니지만. 아버지는 아들을 다독이며 재우고 다시 날이 밝으면 더 따듯한 남쪽으로 걷고 또 걷는다. 길가에 버려진 주유소나 폐가에서 식량을 찾거나 불을 피울 기름을 찾으며 계속 길을 걷는다.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발전기가 있는 지하대피소를 찾아 따듯한 물로 목욕하거나 식량 저장고의 통조림을 배불리 먹기도 한다. 부자는 신조차 사라진 이 세상에서 이런 작은 문명의 혜택에 즐거워한다. 하지만 그러한 기쁨도 잠시, 그들은 다시 거칠고 황량한 추위의 세계로 내던져진다. 작가인 코맥 매카시는 이런 종말 이후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더 로드』는 직접적으로 독자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치열한 생존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그 모습을 보며 독자들은 생각하게 된다. 평소에 하지 않던 ‘왜’라는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다. 종말이 오지 않는 현실 세상에서 소설 속 종말 이후의 세상을 보며 우리는 죽음과 절망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새 그 의문들이 명확하게 구체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사랑이란?’, ‘존재의 의미는?’『더 로드』는 결코 그 의문들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려주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점이 진하고도 씁쓸한 소설 특유의 맛을 낸다고 할 수 있다. 종말 이후의 세계, 인간 사냥꾼, 죽음, 살인, 식인, 생존 등 무겁고 자극적인 소재들로 가득한 이 소설이 단순한 재밋거리로 전락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짙은 절망과 두려움 속에서도 우리가 왜 살아가야 하는지 알고 싶은 이에게 권해주고 싶은 작품이다.


 

   

 

 

  

  김선민 학우    
(문과대ㆍ국문4)    
2007년 <건대신문> 문화상 소설부문 당선자    

 

김선민(국문4)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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