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원광대총장은 8일 아침 MBC 라디오의 ‘손석희의 시선집중’ 프로그램에 나와 원광대가 이번에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부실대학으로 판정된 것과 관련, “저희 학교가 교과부가 설정한 부실대학 판정 기준에 못미친 점이 있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정 총장은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원광대의 입장에서 억울한 점을 여러 가지 토로하면서도 일단 주요 지표에 미달한 점은 인정했다. 원광대는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이번 위기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전 구성원이 일심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6일 전국 43개 대학을 부실대학으로 판정하고 내년에 정부의 예산지원을 중단하거나 학자금 대출을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부실대학으로 선정된 대학 중에는 서울의 상명대 창원의 경남대 부산의 경성대 대전의 목원대 등 비교적 지명도가 높은 대학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특히 원광대는 호남의 주요사립대 중 하나로 의·치대와 한의대가 있으며 전국 200개 4년제 대학 중에서 로스쿨을 유치한 25개 대학에 포함된 대학이기도 하다.

이번에 부실대학으로 판정된 이들 대학들은 뒤늦게 치열한 자구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상명대는 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힌데 이어 부총장과 처장단 전원이 보직사퇴했다. 건동대는 정원의 53%를 감축하기로 했다. 가히 뼈를 깎는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의 개혁이고 구조조정이다. 하지만 이들의 개혁 의지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미 부실대학으로 낙인이 찍힌 셈이기 때문이다. 이들 대학은 개혁이 성공해서 퇴출대상 대학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한번 실추된 이미지를 곧바로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대다수의 대학들이 억울함과 평가기준의 불합리성을 성토했으나 뒤늦게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이미 발표된 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 이들 대학들은 당분간 학생들이 지원을 기피해서 재학생 충원율을 높이는 데 타격을 받을 수도 있고 정부의 재정지원이 끊기는 바람에 대학운영이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에 부실대학으로 발표된 몇몇 대학들은 객관적으로 봐도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학교의 역사와 규모 그리고 지역사회에서의 신망 등을 감안하면 퇴출대상 대학에 포함되었다는 것이 황당하기조차 하다. 하지만 그 황당함이 현실이 된 엄연한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원광대의 정 총장은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예산지원하고 여러 가지 교수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면 학생들 취업률은 높일 수 있는데 그동안에 학교가 그런 데에 소홀했다는 것이--(후회스럽다)”라고 말했다. 어디 취업률뿐이랴. 학교평가에 적용되는 모든 지표가 그렇지 않을까. 법인과 대학당국 그리고 교직원 학생 등 학교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미리 미리 정신을 차리고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도 오늘과 같은 참담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은 방심이고 안주다. 이번에 부실대학으로 판정된 대학들 중에는 학교 구성원 중 일부가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정신을 차리고 개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했으나 대다수 구성원들이 무시하거나 반대 했을 수도 있다. 정신을 차리고 개혁하는 일은 말은 쉽지만 고통이 따르는 일이고 땀을 흘려야 하는 일이고 늘 긴장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방심의 결과는 이처럼 참담하고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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