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 고재열 기자

인터넷상에서 핫한 독설을 날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독설닷컴(http://poisontongue.sisain.co.kr/)’을 운영하며 사회적, 문화적 사안에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시사IN> 고재열 기자다. 최근 그는 KTV '캠퍼스토론 청년, 통(通)하라!‘의 심사위원으로 TV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가 보는 대학생들의 토론과 인터넷 토론문화는 어떨까? 고재열 기자에게 대학생 토론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심사위원으로서 보는 대학생들의 토론 수준은 어떤가요?

대학생 토론 대회가 늘면서 말을 하는 법이나 상대방의 허점을 잡아내는 등 토론의 기술적인 측면은 많이 성장한 것 같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토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토론을 왜 하는지, 토론을 통해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 잔싸움은 잘 하지만 큰싸움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대학생 토론의 현실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토론과 토론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토론대회에서는 토론에서 이기는 것을 중시한다. 자신을 절대선, 상대방을 절대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반합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새로운 대안을 도출하는 진정한 토론의 목적을 모르는 것이다. 토론은 상대를 제압해 100:0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내 의견 사이에서 제 3의 대안을 만들어 상대방이 따르게 하는 51:49의 싸움이다.

또 토론에서는 다양한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한 말장난으로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입장, 외국의 입장, 이론적 접근 등등 여러방면의 생각을 제시하는 것이 토론을 풍부하게 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인터넷에서도 여러 담론이 생겨나고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데, 인터넷상에서의 토론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보시나요?

인터넷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담론이나 토론은 내 편, 네 편을 나눠서 자신과 같은 편인 사람의 생각에 편승하려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서울대 안철수 융합기술과학대학원장의 서울시장 출마 문제에 대해서도 트위터리안(Twitterian, 트위터를 사용하는 유저)들의 주된 반응은 자신의 편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었다.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의견을 성립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편이 생각하는 데로 다른 사람의 머리를 빌려 행동하려 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는 상식이라 생각하는 것이 전체 집단의 비상식이 되는 괴리를 초래할 수 있다. 인터넷 같은 경우 원하는 정보만 받으려 하기 때문에 한쪽 귀만 열어놓는 것과 같다. 전후좌우로 생각을 열어놓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듯 바람직한 대학 토론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대학생들은 생존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어린 시절 IMF를 겪으면서 부모님이나 주변인들의 실직을 보고 졸업할 때 돼서는 88만원 세대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아무리 스펙을 쌓으며 노력해도 불안해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아야 겠다는 생존본능만 남아 있기 때문에 같이 토론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다. 때문에 자기 내면과의 토론도 부족하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지 않다보니 스펙에 집착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대학생들이 올바른 토론문화 형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지금 대학생들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시대를 살고 있다. SNS시대라는 것은 자신의 멘토도, 자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가까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들과 SNS를 통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설명을 요구할 수도 있고 옳지 않다며 반문해 볼 수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뒤에서 얘기하기 보다는 앞에서 직접 이야기해보는 게 대학생들에게 특히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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