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장들 "논란 회칙 수정하겠다"

모든 학우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형식적인 존재로 전락한 단과대 학생회칙(회칙)의 조항들이 법적 결점이 있는 상태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을 접한 대부분 단과대 회장들은 논란이 될 수 있는 회칙을 수정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전체 15개 단과대 중 건축대, 공과대, 동물생명과학대, 상경대, 법과대(가나다순)을 제외한 10개 단과대 회칙의 각 조항에 대해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들이 검토한 결과 △어휘의 오남용으로 인한 의미 부정확 △학생회 각 기구의 역할 범위 불분명 △탄핵과 같은 중요조항 세칙 미흡 △단과대 여학생회 조항의 사문화 또는 없음과 같은 문제가 나타났다. 분쟁이 벌어졌을 때 기준으로 삼을 회칙이 부정확해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원인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홍완식(법학전문ㆍ헌법) 교수는 “용어사용의 치밀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가 보인다”며 “회칙이 물론 완벽할 수는 없으나, 아직은 투명성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평했다.

학생대표자가 업무수행을 잘못했을 시 직위를 해제하는 탄핵조항의 경우, 정족수ㆍ절차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한상희(법학전문ㆍ헌법) 교수는 “탄핵 정족수 조항이 없는 경우는 단과대 학생회를 학생들이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을 상징할 수 있으니 무조건 틀린 것은 아니다”며 “다만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정족수 등 절차의 경우 세칙에 명확히 명시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로는 대의원이나 기구의 역할 범위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모 단대 회칙의 제 20조 1항 ‘학회장은(중략)학생총회의장, (단과대학) 학생회의장이 된다’는 구문은 해당 대학 단과대 학생회장의 권한인 학생총회 의장을 과 학생회장 격인 학회장의 권한인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해당 단과대 학생회는 사실을 접한 즉각 “학생회칙에서 학회장과 학생회장의 표현이 혼용될 수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대의원 회의와 총회에서의 의결을 통하여 수정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부분 단과대에서 선출되지 않는 단과대 여학생회장을 비롯, 여학생회의 활동을 규정한 여학생회 조항에 대해서도 지적이 있었다. 홍완식 교수는 “헌법에도 여자와 노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대학 학칙의 여학생회 조항은 그런 상징성이 있는 조항이며 사문화되었더라도 존속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삭제할 경우 여학생회 필요시 다시 만들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과대학의 경우, 여학생회 조항이 회칙에 없으나 최근 여학생의 수가 늘어 단과대 학생회 내 여학생국이 구성되고 여학생국장이 있다. 공과대 학생회 김동화(기계3) 회장은 “올해 회칙에 여학생회 조항을 만들기 위해 회의를 열 것”이라며 “그 전에 여학생회를 조직시켜서 독립시키는 등 절차에 맞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라는 표현이 남용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홍완식 교수는 “최고라는 말을 갖는 경우는 하나여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업무 혼선 등으로 논란이 있을 시 우선권을 갖는 기구가 무엇인지 모호해진다”고 설명했다. 이 조항에 대해서는 단과대 학생회장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의견을 수용하며 수정하겠다”고 밝힌 단과대 학생회도 있는 반면, 한 단과대의 회장은 “그 단어 앞에 범위를 제한하고 나타내는 부분이 나타나 있다”며 “'최고'끼리의 충돌이나 논란이 생길 여지가 크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단과대 회칙은 단과대 학생사회의 법으로서 학생회의 권한과 학우들의 권리를 보장, 규정한다. 회칙이 부실한 채로 이어진 데는 학생사회의 무관심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8월 30일부터 8일까지 이어진 조사 중 학생회칙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알고 있는 학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박광현(공과대ㆍ화학공학4) 학우는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 아니라 생각해 관심이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교식(법학전문ㆍ행정법) 교수는 “학생들의 권리에 대해 알려주는 것은 학생회의 의무이니 앞장서서 알려야 하는데, 노력이 부족한 결과”라며 “소통을 위해 학생회가 학생들이 다가오길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가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 단과대 회칙 제정 시 총학생회 회칙을 가져오면서 검토가 부족했던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단과대 학생회의 상위에 있는 총학생회의 회칙을 단과대에서 토대로 삼아 회칙을 만드는 것은 정당하다. 실제로 상당수 단과대 회장들도 “회칙은 총학생회 회칙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답했다. 단, 모 단대의 회칙 중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이라는 불필요한 구문이 나오고, 몇몇 단대에서 ‘학생총회’라는 말이 중복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제작 당시 꼼꼼하게 검토하지 못한 흔적으로 추측된다. 모 단대의 회장은 “회칙에 잘못이 있다기보다 시간이 흐르면서 제정 당시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단과대 회장들은 “잘못된 회칙은 개정하겠다”고 답했다. 홍완식 교수는 “각 단대가 학생회칙을 공유해 차이점을 보고 모범사례를 찾아 보완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걸 권장한다”며 “그러나 각 단대 고유의 특성도 고려해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공과대 학생회 이창재(항공우주3) 부회장은 “대학본부에서 학우들에게 법률, 회계 부문의 자문위원을 학생회에 지원해야 한다”며 “법적 지식이 없는 학우들이 회칙의 법적 분석은 물론 선거 등의 업무에 부담감을 크게 느낀다”고 강조했다.

한편 회칙을 바꾸는 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윤소영 회장은 “회칙은 먼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논란이 생긴 '당시'에 판단의 척도가 되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런 일을 통해 회칙을 '개정'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게 되는 것도 환영할 점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회칙의 오류를 명쾌하게 밝혀내는 건 힘들기 때문”이라며 “회칙이 현실과 크게 맞지 않게 될 시에 구성원들이 충분한 논의와 의결을 통해 개정해 나갈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상경대의 경우 지난 5월 31일 있던 상경대학생대표자회의(상학대회)에서 탄핵 관련조항을 삭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조사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005년 개정된 학생회칙 16조에 의거 상학대회에 학생회장, 부학생회장 탄핵 결정권이 존재하며 올해 개정시 이 부분을 개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잘못된 제보에 대해 상경대 학생회 손카리스마(경제3) 부회장은 “잘못이나 의아한 점이 있다면 부담감 갖지 말고 직접 우리에게 방문, 문의해 주길 바란다”며 “말씀해 주시면 함께 논의하고 검토해 잘못이 있다면 고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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