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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짝퉁'
남기인 박재면 기자 | 승인 2011.09.26 18:08

#사례1. 이태원 길거리를 걷다보니 바로 눈에 들어오는 상점 하나. 루이비통 가방의 로고를 VW로, 샤넬의 로고를 ∞로 그린 그냥 봐도 ‘짝퉁’같은 가방만 걸려있다. “여동생에게 가방 장만해주려는데 더 좋은 물건 없어요?”라고 묻자 여직원은 잠시 망설이더니 “안쪽으로 들어오세요”라며 기자를 안내했다. 눈에 띄지 않는 밀폐된 방으로 들어가서야 여직원은 ‘제대로 된 판매용 짝퉁 물건’을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사례2. “형, 옷 안 필요해요?” 한 남자를 따라 매장에 도착하자 그는 “요즘 남자 옷은 디스퀘어드진, 돌체앤가바나가 잘 나가는데 9~15만원 정도 한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요즘엔 오히려 여자 손님이 먼저 다가와서 루이비통, 샤넬 없냐고 물어보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사례3. 동대문에 위치한 또 다른 매장. 한 남자가 “이미테이션 찾으세요?”라며 접근했다. 기자가 흥미를 보이는 척하자 매장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이끌었다. 그는 “주 고객층은 20~30대인데 루이비통과 구찌, 샤넬이 잘 나가요”라고 말하며 “국내산이라 A/S도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물건을 보고 싶다고 하자 그는 열쇠를 가지고 사라지더니 한참 지난 후에야 물건을 가지고 돌아왔다.

변한 짝퉁시장, 하지만 줄지 않는 그 규모
위의 사례와 같이 최근 짝퉁 가게에는 실제로 파는 물건을 진열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직원이 별도로 있는 창고에서 물건을 꺼내오거나 창고로 손님을 직접 데리고 간 뒤 거래가 이루어진다. 한 익명의 남대문 상인은 “단속반이 불시에 들이닥쳐 가게를 수색한다”며 “단속이 잦아지다보니 단골손님을 중심으로 한 예약판매제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단골손님 관리는 핸드폰을 통해서 이뤄지는데 새로운 짝퉁이 나오면 사진을 찍어 관련 정보와 함께 전송해주고 지속적인 연락을 취한다고 한다.
매년 단속은 강화되지만 짝퉁시장은 여전히 활발하게 운영된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트렌드모니터가 주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짝퉁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 비율은 작년의 63.7%에 비해 올해엔 70.9%로 늘어났다.

이렇게 짝퉁시장이 점차 커지다 보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짝퉁과 관련한 문제점은 단계별로 나눠볼 수 있다. 지식재산보호협회의 이훈범(35)대리는 “국제적으로는 국가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했다. 짝퉁으로 인해 국가 신뢰도가 떨어지면 국내기업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국내의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입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대리는 “많이 팔리는 짝퉁 명품 가방의 가격은 20~30만 원대다”라며 “짝퉁 가방이 성황리에 팔리면 비슷한 가격대의 가방을 만드는 국내 제조업체들은 큰 피해를 입고 심한 경우 도산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짝퉁의 무분별한 구입은 개인정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유년기부터 죄책감 없이 짝퉁을 구입하다보면 짝퉁을 사는 행동이 나쁘지 않다고 인식해 결과적으로 정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해외 각국마다 다르게 취급되는 짝퉁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에서는 짝퉁과 관련한 재미있는 해프닝을 볼 수 있다. 영화에서 주인공과 친구들은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인 아부다비라는 사막지역으로 여행을 떠난다. 친구들 중 2명이 그 곳 시장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짝퉁 가게에 들어서지만 나머지 친구들에 의해 곧 끌려나온다. 그녀들은 법률이 엄격한 아랍권의 아부다비에서 짝퉁 상인을 따라가 구경만 하는 것도 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고 매우 놀라워한다.

해외에서는 나라마다 짝퉁에 대한 법적 취급이 다르다. 아부다비와 같이 짝퉁 관련법이 무척 엄격한 나라도 있는 반면 이슬람권처럼 짝퉁 유통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거의 없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지역 중 중국도 짝퉁에 대한 규제가 완만한 편에 속한다. 중국은 인구비율이 높고 국토가 넓어 일일이 규제를 하기 어려운 데다가 저작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낮기 때문이다. 한양대의 윤선희 교수는 “중국인의 저작권 인식은 거의 밑바닥 수준”이라며 “베끼면 베낄수록 애국자로 칭찬받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한바 있다.

한편 유럽 지역에서는 짝퉁을 구입하거나 판매하는 행위를 매우 엄중한 죄로써 취급한다. 유럽인들 사이에서는 사회질서와 더불어 명품이나 지적 재산권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도 잘 잡혀있다. 유럽에서는 명품을 장인의 노력이 빚어낸 산물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명품을 구입하는 것은 단순한 사치와는 다르게 인식된다. 유럽시민들에게 명품 구입은 장인정신과 전통을 이어나가는 데 일조하는 행위로 인정받는 것이다. 우리대학 김은경 교수는 “유럽에서 짝퉁을 구매한다는 것은 장인정신의 훼손이며 일종의 문화재를 해하는 행위로도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은경 교수는 “수요가 있어야 판매도 있다는 유럽인들의 인식 때문에 짝퉁을 제조ㆍ판매하는 것보다 구입하는 행위가 더 무거운 죄로 다뤄진다”고 덧붙였다. 또한 유럽에서는 뉴욕, 베이징, 홍콩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람을 파견해 그 곳에 상주하며 짝퉁 시장을 감시하도록 하는 시스템도 갖추어져 있다.

짝퉁, 인식부터 변해야 한다
유럽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명품에 대한 존중의식이 부족한 편이다. 지식재산보호협회 이훈범(35) 대리는 “현재 국내의 법체계는 판매자만 처벌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구매자들은 위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간과하기 쉽다”고 말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 짝퉁시장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실제로 <건대신문>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일부 학우들은 “가격이 저렴하다”, “부담 없이 다룰 수 있다”는 이유로 짝퉁 구매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짝퉁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 대리는 먼저 국민의 인식 변화를 해결책으로 꼽았다.

이와 더불어 이 대리는 “인식을 바꾸는 데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주변에서 짝퉁을 사려고 하면 서로 만류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은경 교수 역시 “법적 제도를 마련하거나 장기적인 교육을 통해서라도 한국인의 의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인이 법을 어기는 행위는 작아 보이지만 그로 인해 결과적으로 얼마나 큰 문제를 초래하는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남기인 박재면 기자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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