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창[6] - 김애란 단편「물속 골리앗」

올해 여름은 유달리 비가 많이 내린 해였다. 어느새 내 발목 위까지 훨씬 넘어서 역류하는 빗물을 보며 나는 김애란의 소설 속 한 장면을 떠올렸다. 대홍수의 종말을 다룬「물속 골리앗」이 소설의 제목이다. 쉴 새 없이 내리는 비에 마을이 잠기게 되고, 철거 직전의 아파트에 살던 ‘나’는 어머니의 시체를 떠메고 높은 곳을 찾아 뗏목을 타고 아파트 밖을 나선다. 마치 구약성경 속의 대홍수처럼 소설 속의 세상은 모든 것이 물에 잠겨 있다. 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유일하게 보이는 것은 황량한 철골이 그대로 드러난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뿐이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골리앗 크레인과 물에 잠겨 종말로 치닫는 세상을 긴밀하게 연결한다. ‘나’는 곧 철거될 위기에 처해 있던 낡은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용접 기술자였는데 체불임금시위 현장 크레인에서 실족하여 죽음을 맞았다. 용접공 아버지, 철거 아파트, 재개발 구역은 소외된 계층인 ‘나’를 나타내 준다. 동시에 이는 마지막으로 연결되는 골리앗 크레인과 주인공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실족 직전까지 크레인 위에서 맨손체조를 하고 있었다던 아버지의 모습을 ‘나’는 종말의 순간 물 위 떠 있는 골리앗 위에서 환상처럼 보게 된다.

소설 속에서 크레인은 내내 ‘물’이라는 이미지와 부딪힌다. 비 때문에 철거는 멈추었지만 결국 물은 온 세상을 적시며 인간 문명 자체를 파멸의 길로 이끌게 한다. 철거 아파트에서 사는 ‘나’ 역시 짙은 구름과 눅눅한 습기로 점차 인간적인 삶에서 멀어져 가고 그의 어머니는 이상행동을 보인다. 끝내 그의 어머니는 물을 모아둔 봉지들을 칼로 모두 터뜨린 뒤 그 다음 날 죽은 채로 발견된다. ‘물’은 이처럼 긍정과 부정의 의미 모두를 내포하며 ‘나’와 크레인의 사이를 연결함과 동시에, 종말 그 자체의 우악스러움 대신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소외 계층에 대한 문제들을 드러낸다.

「물속 골리앗」은 단편 소설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모든 소재는 한 가지의 의미만을 지니지 않는다. 종말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오락거리로 만든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적 갈등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소설적 장치로서 작용한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짧은 종말의 이야기를 읽으며 물과 크레인 중간에 끼어있는 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갖는다. 우리가 종말 속에서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은 어쩌면 종말 그 자체가 아니라 그와 연결된 우리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물 위를 헤매다가 결국 골리앗 크레인에 닿은 ‘나’의 모습처럼.

 

 

 

   

 

 

  

  김선민 학우    
(문과대ㆍ국문4)    
2007년 <건대신문> 문화상 소설부문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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