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9일, 우리 대학 일감호에서 익사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몇 년간 비교적 안전하게 관리되었던 일감호가 다시금 학생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었다. 어느 대학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학교도 특수한 공간인 일감호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 뿐 아니라 폭행, 싸움, 절도, 성범죄 등 여러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때로 그것들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건국대는 사설 경비 업체와 CCTV, 학생 규찰대가 캠퍼스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과는 별개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2007년 초, 잠시 미국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한 달간 열한 곳의 미국 대학을 둘러보았는데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미국 대학들의 Emergency system이었다.

지금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곳은 뉴욕대, 듀크대, 브라운대, 노스캐롤라이나대이다. 이 학교들의 시스템은 동일한데, 캠퍼스 곳곳에 일정 간격으로 기계가 설치되어 있고, 위급상황 시 가장 가까운 기계를 찾아 버튼을 누르면 교내에 상주하는 경찰, 구조원들이 현장으로 출동해 대처하는 방식이다. 버튼을 눌렀을 때 상황실에서 해당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장에 평균 3분이면 도착한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 학교들은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겪을 수 있는 사건, 사고에 쉽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였다.

물론 이 시스템을 우리 대학에 도입한다고 해서 모든 위급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CCTV도 꼼꼼히 살피고, 순찰도 충실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CCTV는 상황을 볼 뿐 해결할 수 없으며, 순찰만으로는 같은 시간에 모든 곳을 바라볼 수 없다. 급하면 우리는 통화도 어렵고 행동도 판단도 어려워진다. 그럴 때 버튼을 누르는 행위 하나만으로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큰 위안이 되지 않을까? 브라운대학교에서 캠퍼스 가이드를 하였던 크리스토퍼의 말이 기억난다. “이 버튼은 브라운대를 안전한 학교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안전해야하지만 안전하지 못함을 느끼고 있는 우리 캠퍼스가 되새겨야 할 한 마디일 것이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