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어느 두 사람 자동차에서 내려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게 됐다. 싸움구경이 가장 재미있는 구경 중 하나라고 했던가. 그 말을 자세히 들어보니 흔히 있는 상황으로 한 사람이 차선변경을 하다 다른 차를 친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언쟁을 높이며 서로의 잘못만을 따지고 있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법대로 합시다’였다.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 법이란 갈등 해결의 마지막 수단이다. 그렇다면 법은 사람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납득이 가야한다. 물론 법과 상식은 다르다. 그러나 최소한의 상식은 포괄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한미FTA 비준안 통과만을 봐도 알 수 있다. 국민들의 뜻과는 다르게 직권상정을 통해 한 순간에 FTA 비준안이 통과된 것이다. 국민들의 뜻에 반하지만 물론 이는 합법이다.

우리 학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실제 우리대학 요람에 있는 학생준수규정을 읽어보면 ‘제3조 본교 교직원으로부터 요구가 있을 때에는 언제든지 학생증을 제시해야 된다, 제 13조 학생단체의 활동은 정기시험 개시 1주일 전부터 종료 시까지 할 수 없다’ 등 상식적으로도 납득하기 힘든 조항이 많다. 음주하고 등교하면 유기정학에 해당하는 징계다. 현재 헌법에 위배되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비민주주의적인 학칙은 당연히 개정돼야 한다.

비민주적인 학칙 일부분이 사문화됐다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문화된 조항인 줄 알았던 조항이 실제 효력을 발휘한다면 어떨까? 대학 본부에서 신입생을 모집하기 위해 대자보를 강제 철거한 뒤 학칙 46조를 들어 학우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일이 불과 몇 달 전 일어난 일이다. 학칙 제 46조에 의하면 교내광고 인쇄물의 게시 또는 배포, 교내의 30인 이상의 집회 등의 활동을 할 때에는 학생복지처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모 중선관위의 말처럼 우리대학이 치외법권지역이라 가능한 것인가? 물론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이에 대해 법이나 규정이 실제로 현실을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에 무리가 있다는 상황보다 그 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지 자체가 있냐는 것이다. 우리는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고 말해야 한다고 배웠다. 그른 것을 그냥 무시하고 있는 것이 옳은 행동일까? 한번 묻고싶다. 학칙이나 법규가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개정하는 것이 옳은 것인데 우리 대학에서는 이런 행동의 의지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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