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지난 9월 대학평가를 통해 부실대학을 선정하고 이들 대학에 정부재정지원금과 학자금대출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매년 자체적으로 대학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교과부 및 언론사 대학평가 기준이 대학사회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지만, 많은 대학들은 이에 맞춰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그 과정 중에 △취업률이 및 신입생 충원률이 저조한 학과 구조조정 △구조조정 과정 중 학과 구성원과의 소통부재 △인문학과 같은 기초학문의 우선적 폐지 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중앙대학교 사범대 개편 실시

지난 9월, 중앙대학교는 8월에 제출했던 가정교육과 폐지 및 사범대의 구조조정안을 교과부로부터 승인 받았다. <중대신문>에 따르면 중앙대는 가정교육과 폐지 근거로 △낮은 임용율과 취업률 △저조한 입학성적 △가정교육과 교사 임용 축소 등을 제시했다.

이 소식을 들은 중앙대 가정교육과 구성원들은 서현제 인문사회계열부총장과의 면담을 통해 폐과 철회를 요청했다. 중앙대 학생들은 지난 10월, 본관 앞에서 학생들의 입장은 배제한 체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한 대학본부를 비판하는 촛불시위도 진행했다. 이 와중에 교과부 관계자는 “교과부가 직접 관여할 사항은 아니지만 학내에서 반대하고 있으므로 우선 합의할 것을 요청했다”고 <중대신문>에 밝혔다. 서 부총장은 “2014년 이후에도 재학생이 한명이라도 있다면 수업을 개설하겠다”며 가정교육과 재학생의 수업권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국대학교 11개 학과 구조조정 추진, 물리적 충돌 일어나

지난 12월 5일, 동국대학교에서 대학 본부가 추진한 ‘학문구조 개편안’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했다. 동국대는 지난 9일, △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 통폐합 △회계학과와 경영정보학과의 통합 △물리학과와 반도체학과 등 11개 학과에 대한 학사 구조조정 실시를 확정한 바 있다. 애초에 예정됐던 북한학과 폐지는 철회됐다.

<동대신문>에 따르면, 동국대 본부는 이번에 확정된 학문구조개편이 학령인구 감소와 고등교육 패러다임 변화, 대학교육환경의 급변에 따라 대학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수년에 걸친 연구와 자문, 학내구성원의 의견수렴을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총장실 점거에 참여했던 익명의 동국대 학우는 “개편안 논의에 대해 계속해서 학생들이 학교에 문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구조조정 대상 학과 중 취업률이 낮은 학과가 대부분이란 사실은 교과부나 언론사 대학평가에서 학교가 높은 점수를 받으려는 걸 반증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국대는 점거에 참여했던 인원 중 29명의 학생들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들 중 2012년도 총학생회장 및 부회장을 포함한 3명에게 제적 처분을 했으며 2명에게 무기정학, 5명에게 유기정학, 그외 19명에게 사회봉사 처분을 내렸다. 징계를 받은 학생들은 징계 재심의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우리학교 문과대 학사구조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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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학교에서도 학사 구조조정이 있었다. 문과대학은 2004년 2학기를 기점으로 3개학부, 총 8개 전공으로 개편됐다. 독문과와 불문과가 폐지되고 EU문화정보학과와 커뮤니케이션학과가 생겼으며 히브리학과는 히브리ㆍ중동학과로 개편됐다. 2008년 2학기에도 학과 통폐합은 계속됐고, EU문화정보학과와 히브리ㆍ중동학과는 결국 폐지가 결정됐다. 당시 문과대 학사구조개편 설명회에서 이우광 학사관리팀장은 “기존 전공으로 졸업하고자 하는 학생이 단 1명이라도 있을 경우 졸업할 때까지 강의 개설을 해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반대하는 해당과 학생들은 본관에서 장례 퍼포먼스를 벌이며 의견을 표했다. 히브리ㆍ중동학과 출신 이수현(정치ㆍ정외4)학우는 “계속해서 반대했었지만 결국 학교가 하라는 대로 하게 된 것 같다”며 “입학할 때 이 과를 보고 입학했는데 없어진다고 하니 회의감도 적잖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히브리ㆍ중동학과 출신 구민석(정치ㆍ정외4)학우도 “기존 전공으로 졸업한다고 해도 커리큘럼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불안해서 학생들이 그 과에 남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관동대, 배재대, 충북대, 청주대, 전남대, 전북대 등에서도 학과 통폐합을 주요 수단으로 학사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이 학내 구성원과의 충분한 토론 없이 대학본부의 일방적인 학사구조조정이란 비판을 듣고 있다.

 

단기적 성과만을 노린 개편, 시대착오적 발상

대학교육연구소 연덕원 연구원은 이러한 학사구조개편에 대해 “기본적인 학문을 기초로 응용력을 살려 사회에 진출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취직을 위한 학과를 만드는 건 기초학문의 변질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는 학문 자체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또한 연 연구원은 “학교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과학적인 조사를 마치고 학내 구성원과의 충분한 합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최민선 교육위원은 “21세기는 기초학문 영역을 더욱 튼실하게 키우며 우리나라가 미래 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가 필요한 시대에 취업률이 높은 학과만을 육성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최 위원은 “사회에서 대학의 역할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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