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용의 해인데다 그것도 60년만에 찾아오는 흑룡의 해다. 용은 동양에서는 신령스러운 상상의 동물이다. 용은 여의주를 물고 비와 바람을 관장하며 인간에게 복과 운을 주는 동물로 여겨지고 있다. 용은 비바람을 헤치고 하늘 높이 날아서 승천할 때 비로소 용이 된다. 따라서 용은 늘 변화와 혁신을 상징한다. 스스로 변혁하지 못하고 웅덩이에 머물러 있는 용은 이무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임진년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감회와 각오도 승천을 앞두고 있는 용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폭풍과 비바람을 헤치고 하늘 높이 승천해서 비로소 용이 될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위치에서 안주하거나 더 후퇴해서 이무기로 머무르고 말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생각해보면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와 마찬가지다. 학내적으로는 첨단 학문분야를 수용할 수 있는 선도학과를 새로 만들어 내야하며 기존의 대학과 학과도 학사구조조정를 통해 보다 미래지향적인 학문단위로 거듭나게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신규 교수채용을 대폭 늘리는 등의 과감한 인적 투자도 소홀히 할 수 없으며 공과대학 신축 등 새로운 시설 투자 역시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하지만 등록금은 동결 내지 인하될 것으로 보이고 법인의 전입금 규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국내외 경제사정은 여전히 불투명해 우리가 쓸 수 있는 재원은 예년보다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학교 밖으로는 총선과 대선 정국이 우리 앞에 가로놓여 있다. 올해 한 해는 선거 이슈로 시작되고 선거 이슈로 끝날 공산이 큰 해다. 이 말은 합리적이고 차분한 논리보다는 선전과 선동 그리고 인기영합적인 이슈와 정책이 우리 사회를 휘몰아치게 될 것이라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 정치가 요동치는 상황에서는 늘 합리와 논리는 희생이 되기 마련이다. 한편 국제적으로는 유럽의 경제위기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우방국의 경제 사정 역시 밝지 않다.

지금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 먼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서도 드러났듯이 개혁하지 않고 낡은 가치에 안주하는 사람이나 세력은 이제 몰락할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고 있다. 이젠 그 어떤 권위와 기득권도 도전받는 세상이 된 것이다. 더 이상 기존의 것, 기득권에 안주해서는 미래가 없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우리에게 개혁할 것과 단합할 것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우리 주변의 세상이 바뀌고 있기 때문에 개혁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그 어떤 개혁이나 시대적 도전도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단합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쉽다. 개혁은 어느 한 두 사람의 의지로 시작될 수는 있지만 구성원 다수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오래 지속할 수가 없다. 하지만 개혁은 늘 고통과 노고를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와 단합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바로 개혁과 단합이 서로 이율배반적인 명제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그러면 개혁과 단합을 동시에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먼저 김진규 총장과 대학본부는 여지를 남기는 행정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김총장이 수행하고자 하는 개혁의 방향이 아무리 옳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구성원들을 강퍅하게 몰아부칠 것이 아니라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 스스로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뜻하는 바를 한꺼번에 100% 달성하려고 하기 보다는 구성원들에게 숨쉴 공간을 남겨두면서 천천히 걸어갈 것을 권유하고자 한다. 단거리인 육상은 전력질주해야 하지만 장거리인 마라톤은 페이스를 조절해가면서 뛰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음으로 학교 구성원들은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할 것이다. 세상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변화의 쓰나미에 휩쓸려 변화를 강제 당하게 된다는 점을 늘 유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해 교육부의 퇴출대상 명단에 들어간 몇몇 대학의 경우에서 우리는 이 사실을 가슴 서늘하게 확인한바 있지 않은가. 총장에 대한 개인적인 지지나 반대 여부를 떠나 변화와 혁신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이는 자신이 살아남고 우리 학교가 살아남기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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