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서울대학교가 죽었습니다 ㅠ_ㅠ’
이는 지난 달 28일 서울대학교가 법인 설립등기를 마치고 국립대학법인으로 전환된 후 서울대 학생들이 설치한 분향소에 붙은 대자보의 내용이다. 2010년 12월 여당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법인화법’을 소위 말하는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지난 65년 동안 국내 최고 종합대학교의 지위를 지켜온 서울대는 이제 안녕인 것이다.

학생들은 대학 자율성 훼손과 등록금 인상 가능성, 기초학문 기반 약화 등을 이유로 법인화를 반대했다. 특히 법인화 논의 과정에서 학생들의 참여가 부족했고 법인화가 이뤄지면 학교 측은 돈 되는 학문만 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법인화법’ 통과 후 2012년 1월 2일까진 법인으로 전환해야 했기에 ‘법인화법’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이를 폐기시키기 위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했다.

먼저 2011년 5월 30일, 서울대 학생 500명은 법인 설립준비위원회의 해체를 요구하며 총장실을 기습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촬영된 ‘총장실 프리덤’ 영상은 그룹 UV의 ‘이태원 프리덤’을 패러디한 것으로 화제가 됐었다. 점거는 28일 만에 해제됐다. 또 지난 9월에는 한 학우가 서울대 정문 구조물 위에 올라가 고공 시위를 벌였다. 10월 17일, 20일, 26일에는 학생들의 방해로 법인화 공청회가 세 차례에 걸쳐 무산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더 많은 반발과 보이지 않는 아픔들이 있었겠지만 기어이 법인화가 실현된 것이다.

우리 주위에는 이렇게 내부 구성원들과의 합의를 거치지 않고 일을 진행하거나 소통을 등한시해 반발을 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반값등록금과 FTA 비준안 날치기 통과가 그랬고, 본지 발행 중지 사태도 맥락이 같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현재 여러 대학에서 진행 중인 학사 구조조정은 학내 구성원과의 대화 부족이 문제며, 심지어 당장 일주일을 용돈 한 푼 없이 버텨야하는 필자의 상황도 엄마와의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일이라 할 수 있다.

사실 한 집단의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의 사람들의 심정을 알 리가 전무하다. 아니, 알더라도 모른 체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보면 그들은 요구가 받아들어지지 않을 것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일단 부딪혀보는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을 잘 알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스스로 나약함을 인정하는 것만 같아서.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무엇을 결정함에 있어 눈을 감고 귀를 막아 해결된 일이 진정으로 해결된 일일는지. 필자는 기자로 생활하면서 이러한 갈등을 많이 보고 겪는다. 때문에 인식의 저변에는 ‘안 될 거야’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자리 잡게 됐다. 이제 막 21살이 된 대학생을 이렇게 만든 사회가 야속하고 밉다.

일단 새해에는 나부터 새롭게 맡게 된 편집국장의 위치에서 다른 기자들뿐 아니라 학우, 본부와의 소통에 있어 귀를 열어 두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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