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짜증 속의 <에휴>, <참나>와 같은, 지극히 후렴구스러운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 후렴구에 나는 춤을 추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그 아무 이유도 목적도, 바람도, 슬픔도 없이 우울감에 춤을 추곤 하였다. 나는 꽤나 긴 시간을 말을 하지 않고선, 그렇게 춤을 비오는 날 창가에서, 그냥 그 눈물로 얼룩져 있는 창가에서 춤을 추곤 하였다. 언젠가 엄지발가락만으로 서서 도는 그 날을 꿈꾸며 나는 멍청한 생각들로 춤을 추고 말았다. 어깨 너머의 근육들은 그것을 증명하듯 거울 너머로 나를 노려보곤 하였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사람.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았고 그것에 좌절하는 아주 평범한 인간에 다름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그런 것들은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냥 간직하며 생각하는 것으로 멈추는 것이었다.  

하지만 매일 저녁 그녀를 꿈꾸며, 그녀를 바라며, 그녀의 말을 되새기며, 욕조에 누운 내 스스로는 내 페니스보다 커다란 바람들로 춤추는 내 모습을 상상했다. 나는 모든 것에 기대를 걸지 않은지 오래인 인간이었다. 생각해보면 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때때로 나에게 그녀는 별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먹고 사는 문제, 벌고 쓰는 문제에선 그 어느 인간 못지않은 소시민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그녀는 나에게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처음 만나던 그 순간부터 내가 느꼈던 그녀의 냄새. 냄새는 도처에서 진동하고 있었다. 아직도. 몸을 씻어도, 물을 마셔도, 하늘을 보아도 그녀는 세상에 없어야 할 존재이고 말았다. 슬픈 눈으로 나를 보다가도 제법 커다란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보았던 그녀. 그녀는 분명 나를 빤히 읽고 있었다.

 어느덧 빗물의 마지막나락께, 그 천국으로 흘려 쏟아지는 빗물은 어느 육체의 정점처럼 흘려 없어지고만 있다. 아! 나는 지금 그녀가 보고 싶다. 그녀가 그립다. 그녀의 의식에 비치던 나의 의식! 그 순간의 나는 얼마나 센슈얼 하던가. 그녀가 넘기던 나의 머리칼은 아직 차갑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더 이상 그립지 않을 순간을 위해, 그녀가 절실할 순간을 위해. 나는, 이 한 인간은, 아직 그러니까 아-직. 춤을 추고만 있다. 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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