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고리에서 미기록종 이끼가 돋아나는
쪽방이 있었다
할머니가 있는 그 방
창호지 사이로 방안을 들여다보면
구들장 갈라진 틈을
습지 같은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가 있었다
빠져나갈 수 없는 방
늪에 빠진 아침밥을 건져오는 것은
아버지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낮은 눈으로 빗장을 풀면
올무에 걸린 오소리처럼 쭈그린 그녀
방바닥에 쌓인 이불과
찢긴 장판이 두엄이 되고 있었다
장롱 밑, 헤엄치는 버들붕어의 꼬리를 잡고
밖으로 나오려 했지만 그녀는
언제나 문지방을 넘지 못했다

통발에 걸린 과거가 쪽방에 쌓이기 시작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야생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을
그녀의 방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었다
늪은 크고 거대했다
빠지지 않기 위해 버린 것은 오직 기억뿐
등줄기 너머 형광등이 얕게 새어나오고
자박자박한 물기가 한 꺼풀 벗겨진 그해,
감각마저 사라진 방이 이내 지워졌다
하늘로 뻗은 가계도가 평범해졌을 즈음
아버지는 긴 숨으로 습지를 개간하고 계셨다
다신 늪에 가지 않기 위해
눈물 하나 없이 제 몸을 말리고 있었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