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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부문 심사평] 삶의 어두움을 통해 기쁨과 고통을 보다
신경림 | 승인 2012.01.02 23:37

생각보다도 오늘의 우리가 부닥치고 있는 현실을 노래한 시가 많았는데, 특히 젊은이 아니고는 알 수 없는 아픔이 내용이 되고 있는 시며 옛날에는 있을 수 없었던 다문화시대의 풍속도를 보여주는 작품이 적지 않아 흥미로웠다. 작품 수준도 응모작이 다 좋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높은 수준의 작품이 적지 않았다. 총 140여 편의 작품 중에서 ‘그녀의 방’, ‘매화반점 앞에서’, ‘물집’ 등의 작품이 특히 돋보였다.

‘그녀의 방’은 요즘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치매를 앓는 할머니를 소재로 하고 있다. “찢긴 방이 두엄이” 된다거나 “헤엄치는 붕어의 꼬리를 잡고 밖으로 나오려” 한다, 또는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야생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는 등의 표현은 실제로 겪어보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얻을 수 없는 표현일 것이다. 군데군데 서툰 표현도 보이고는 있지만 전체적인 짜임새는 상당하다. 삶의 어두운 구석을 통해서 그 기쁨과 고통을 새삼스럽게 짚어보게 하는 작품이다.

‘악어타운에 사는 북쪽 처녀는 태국 남자를 사랑하고’도 하나원의 북쪽 처녀며 태국남자를 등장시키는 둥 세태를 반영하고 있는 아주 재미있는 시다. 가벼운 1연과 무거운 2연의 배치는 작자가 꽤 오랫동안 시를 공부해 왔음을 말해준다. '그녀의 방'에 비해 그 감동의 폭은 좁으나 경쾌한 맛이 있다. '마음의 옆선'은 서민의 삶의 한 단면이 잘 그려져 있지만 제목이 보여주려는 것이 우선 선명하지가 않고, 표현도 좀 산만한 느낌이다.

‘알 리가 이쪽으로 걸어왔다’와 ‘매화반점 앞에서’는 다 같이 다문화시대의 우리 사회를 형상화하고 있는 시로, 매화반점의 매캐한 양꼬치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뒤의 시가 더 재미있게 읽힌다. 그 거리를 걷고 있는 먼 나라 사람들의 그리움과 외로움도 보이고 또 그곳을 향한 작자의 막연한 그리움도 보인다. “달빛을 밀며/ 살아 있는 양떼가 한무리/ 나타난다” 같은 표현도 실감도 나고 재미있다. “이 거리가 이를테면 고향인데/ 이 거리는/ 다른 거리와/ 아무리 휘저어도 뒤섞이지 않는다”에서는 사람이 사는 일의 묘한 슬픔과 안타까움마저 느끼게 한다.

‘물집’은 알바로 박스 던지는 일을 하다 보니 손가락마다 물집이 잡힌다는 것이 그 내용인데, 박스를 하루에 삼천개 씩 삼십 년을 던졌다는 아저씨와 종일 마늘만 까서 손가락이 곱은 아줌마가 등장하면서 시의 돋움과 새김을 깊이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정리가 덜 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흠이 있다. ‘어느 날 나는 가방이 되었다’는 고향 다녀오는 길에 철가방 친구를 만나는 것이 시의 모티프로서, 자신의 오늘의 삶의 모습이 비교적 잘 드러나 있으면서도 좀 평범하다는 느낌을 준다. 계속 공부를 하면 좋은 시를 쓸 소지가 보인다.

이상의 시를 놓고 망설인 끝에 ‘그녀의 방’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 정도라면 기성 신문에서 매년 시행하고 있는 신춘시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덧붙여 말해 둔다.

신경림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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