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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문 심사평] 반복의 의도 부족했으나 차별성 뚜렷
곽윤섭(한겨레 사진전문기자) | 승인 2012.01.02 23:40
응모작의 숫자가 많을 것을 기대했으나 올해에도 채 10편을 넘기지 못했다. 사진을 찍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거리에 카메라가 넘쳐나는데도 불구하고 <건대신문> 문화상이 널리 홍보가 되지 않았던 탓인지 학생들의 관심에서 밀려난 것 같아 안타깝다. 적지 않은 상금이 걸려있는 것을 생각하면 2012년에는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서 더 많은 참여자가 생기길 기대한다.

모두 6편의 사진을 받았다. 빈약한 숫자에 실망했던 마음을 보상이라도 하듯 대부분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여서 사진을 보는 내내 흐뭇했다. 하지만 당선작을 고르는 과정에선 별로 망설이지 않았다. 그만큼 작품 ‘동물의 왕국 Ⅱ’가 우수했다. 첫 사진을 보는 순간에 이미 의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진을 보면서 확신했다. 네 번째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마지막은 두 번째와 겹친다는 점에서 옥의 티라고 할 수 있다. 긴급전화와 주의 경고판의 차이 외에는 다른 바가 없다. 여러 장짜리 사진에서 중복을 피하는 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다. 만약 반복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면 강력한 의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점을 읽긴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참가자들과의 차별성이 뚜렷했다. 지난해에도 언급했지만 사진은 사진으로 승부해야 한다. 작업 설명 혹은 작가 노트는 참고용에 지나지 않는다.

장황하게 작업설명을 쓴 참가자들이 많았다. 물론 작업의도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진만 봐도 느낌이 전해져야 하는 것이 우선이란 점은 끝내 잊어서는 안 된다. ‘동물의 왕국 Ⅱ’의 사진이 왜 좋은지 짚어가며 설명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우선 전체 넉 장(5는 버리는 것이 좋겠다)의 연결성이 좋고 의도가 명확하다는 이야긴 이미 했다.

첫 번째 사진의 경우 창문에 손(앞발)을 기대고 뭔가 간절히 기대하는 표정이 압권이다. 두 번째 사진은 관람객을 외면한 채 등을 돌린 원숭이가 싸늘하다. 시선이 가는 쪽엔 긴급전화 번호가 있다. 사람들이 만들어둔 집(동굴처럼 보인다)을 맥없이 바라보는 맹수가 등장한 세 번째 사진도 좋다. 굳이 얼굴 표정을 보여줄 필요가 없다. 표정이 없어도 충분히 짐작이 되게끔 하는 것이 좋은 사진이다. 네 번째 사진을 보고선 가슴이 처연해졌다. 웅크리고 앉아 돌 틈에서 빼꼼 관객을 보는데 오른쪽엔 영락없는 감옥 같은 쇠창살문이 있다.

훌륭한 작품을 선보여준 ‘동물의 왕국 Ⅱ’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양적으로 조금 더 작업을 확대시키면 좋겠다. 더 많은 동물을 찾아내고 기다려서 최소 15장 정도의 포트폴리오를 만들면 좋겠다.

작품 ‘山寺(산사)’는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다. 하지만 메시지가 부족하다. 그냥 경치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전달하려는 내용이 약하다.

작품 ‘그림자 놀이’는 애를 많이 썼다는 점은 높이 살만한데 설명 없이는 사진을 읽기 힘들다는 점에서 맘에 걸렸다. 사실은 설명을 읽고 나서도 사진이 잘 읽히지 않았다. 영화 도가니로 촉발된 사회적 반향을 보여주자는 것 같은데 난데없이 사진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것은 뜬금없다.

작품 ‘희망의 기록, CT85’는 사회적 이슈를 선택했고 다큐멘터리 사진의 틀을 지키면서 힘든 작업을 했다. 정말 발품을 많이 팔았을 것이다. 작업의 고단함이 사진에 묻어있다. 그렇지만 소재가 좋다고 선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첫 번째 사진은 너무 쉽게 찍었고 네 번째 사진은 앵글이 멀었다. 다섯 번째 사진은 좋다. 일곱 번째 사진은 역시 앵글이 중심에서 빗나갔다. 대치를 찍을 땐 중간지대에서 양쪽을 모두 보여줘야 한다. 계속 정진하길 바란다.

작품 ‘우리 교정에 숨겨진 숨은 그림 찾기’는 사진의 숫자를 줄였다면 차라리 더 나아졌을 것이다. 두 번째, 세 번째, 다섯 번째는 좋았는데 나머지는 겹치고 작위적이며 산만하다. 첫째와 둘째, 마지막은 같은 사진이다. 그 중 두 번째 사진만 남기고 나머지는 없애는 것이 좋다. 여섯 번째는 뻔한 사진이다. 무슨 이야길 하고 싶은지 이해가 되지만 사진은 사진이어야 하는데 그 점이 부족하다.

작품 ‘우리가 놓치는 소중한 순간들’도 낱개의 사진은 좋지만 연결성이 부족하고 메시지가 불분명하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같은 사진이고 마지막 둘은 중복된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감성이 보는 사람에게 전달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않아야한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고? 첫 번째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사진에 뭔가를 심어둬야 읽힐 수 있다. 뭘 심어둘지 찾는 게 바로 사진이다.

곽윤섭(한겨레 사진전문기자)  kkpress@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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