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문화상에 동물의 왕국이라는 주제로 세장의 사진을 제출한 적이 있다. 2011년에도 내 주제는 동물의 왕국이다. 지난 사진들이 갇힌 동물들이 그 힘(power)을 잃고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었었다면, 이번 사진들은 그들을 동물원에 가두어 놓은 인간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동물원'이라는 곳에 전 세계의 다양한 동물들을 가둬놓고 '전시회'를 펼치고 있는 인간과 넓디넓었던 본래의 터전을 떠나 좁은 시멘트 바닥 위를 둥지로 삼은 동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그것이 유리벽을 두고 바라보는 인간과 동물일 수도 있고, 인간이 그들의 터전에 만들어 놓은 흔적일 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가 현실에서 맞부딪칠 수 있는 벌레는 무서워할 지언정 호랑이, 사자, 코끼리를 무서워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이미 우리가 제압해서 우리에 가두어 놓았다. 먹이사슬에서 사자가 초식동물을 잡아먹고 그 초식 동물이 벌레를 잡아먹는다. 우리는 사자 위에 위치하지만 벌레를 무서워한다. 이것이 인간이 바꾸어 놓은 새로운 먹이 사슬인가? 사진을 찍기 위해 동물원에 다니며, 어린 꼬마들조차 맹수를 무서워하지 않고 장난기어린 눈으로 맹수를 보며 장난치는 모습에서 그런 것 들이 느껴졌다. 저 유리벽만 없다면 우리는 절대 웃으며 그들을 볼 수 없을 텐데.

내 기억 속에서 동물원은 마법의 세계였다. 텔레비전에서, 책에서 볼 수 있던 동물을 만날 수 있는 마법 같은 곳. 그리고 그 마법의 세계에서 본 동물들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그것들처럼 위험하지 않고, 자유롭지 않고, 생기 있지 않았다. 동물원에서 볼 수 있는 동물들은 언제나 무기력했다. 우리가 상상하는 동물의 모습을 보기 위해 그들을 자극해도 그들은 꿈쩍도 않았다. 이것은 끊임없이 동물들을 관찰하러 오는 '인간'의 시선에 대한 피로함과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감에서 시작된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한번쯤 동물원에 가서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가 '인간'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는 이유로 동물원에서 살아있는 생물들의 '전시회'를 가져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19세기 프랑스에서는 '사라 바트만'이라는 남아공의 원주민을 인간이 아닌 동물로 분류해서 전시했고, 이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인권유린의 예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녀가 인간이기에 전시되기에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동물들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전시당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  PHOTO1 -CANON POWER SHOT G12. F3.5 1/40S ISO 400

 

그들은 유리창 안에 갇혀있고, 나는 인간으로서 우월한 위치에서 그들을 '찍는다'. 유리라는 벽을 중간에 두고 인간과 동물은 서로를 바라본다. 그들의 뒤로는 찬 시멘트 바닥위에 모래를 흩뿌려 그들의 생존을 도우려하나, 이것이 얼마나 알량한 동정인지를 느낄 수 있다. 벽이 없는 자연에서 살아야할 그들은 3평 남짓 작은 공간에서 사방이 벽에 막혀 있다. 그리고 매일 느껴지는 인간의 '시선'을 감내하고 유리창 밖 세상을 갈구할 것이다.

 

▲ PHOTO2 -CANON POWER SHOT G12. F4.5 1/80S ISO 400

 

관람객이 없다고 해서 그들이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그들은 24시간동안 지켜봐진다. 그것은 '동물'을 위해서일까 '사람'을 위해서일까. 사람은 감시카메라를 통해서 언제든지 저 원숭이를 볼 수 있지만, 원숭이는 감시카메라라는 차가운 기계를 바라보지 절대로 그 안에 사람은 볼 수 없다. 흔히 원숭이는 사람과 가까운 종種이라 하지만, 그들은 감시받는 원숭이고, 우리는 감시하는 사람이다. 원숭이를 데려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켜보지만, 사람에게 원숭이가 할 수 있는 나무타기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 PHOTO3 -CANON POWER SHOT G12. F3.5 1/80S ISO 400

 


동물들이 원래 살아야 할 곳에는 '문' 이 없다. 있을 필요가 없다. 그들은 그들의 발이 이끄는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하지만 동물원에는 '문'이 있다. 그들은 정해진 구역을 제외하고는 어디에도 갈 수 없다. 그리고 이 사진에서 암컷 사자는 우두커니 문을 바라보고 있다. 인간이 강력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한 사자는 인간을 쉽게 제압할 수 있지만, 인간이 설치해놓은 저 금속성 '문'은 절대 제압할 수 없는 것 이다.

 

▲ PHOTO4 -CANON POWER SHOT G12. F4.5 1/30S ISO 400

 


이 사진 역시 PHOTO3과 같이 '문'이 상징적이다. 여우는 사자처럼 문을 바라보지는 않으나 쇠창살이 쳐진 문 옆에서 웅크리고 있다. 여우와 사자는 저 '문'이 자신들을 막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까? 여우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일까?

 

▲ PHOTO5 -CANON POWER SHOT G12. F3.5 1/80S ISO 400

빨간 엉덩이를 보이며 돌아 있는 원숭이 앞으로 쇠창살 쳐져있고, 우리는 말한다. '동물을 사랑합시다' 저 원숭이에게 과자나 음식을 주지 않는 것이 진정 우리가 동물을 사랑하는 방식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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