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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구조 개편, 이게 최선입니까?
김현우 기자 | 승인 2012.01.19 20:50

폭도, 난동, 전문시위꾼. 학생들에게 붙여진 이름

지난 12월 13일, 동국대의 학사구조조정에 반대해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이 학교 직원에 의해 강제 해산됐다. 해산된 학생들은 이어 천막농성까지 벌였지만 이 또한 철거당했다. 동국대 본부 측은 “학문구조 개편을 둘러싼 일부 학생들의 무분별한 폭력은 반(反)대학적이고 반지성적인 행동”이라며 “학교는 더 이상 학생들의 과격한 행동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담화문을 대학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또한 교무위원회와 직원노조도 홈페이지를 통해 “폭력적인 운동권 성향의 일부 학생들의 난동이다”며 “하루 빨리 학업에 복귀하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후 학사구조조정 반대활동을 벌이던 학생들에게 자진 해산을 요구하던 학교 교직원 한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동국대 총학생회장 당선자이자 ‘우리의 학문을 지키는 동행’ 대표자인 최장훈 학생은 “낙상사고가 발생하자 학사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들은 동력을 잃었다”며 “점거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폭도 혹은 전문 시위꾼이란 여론도 돌아 힘들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점거에 참여했던 한 학생은 강제해산 과정에서 욕설과 협박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 학생은 “학생들이 잠든 새벽, 100여명의 학교직원들이 몰려왔다”며 “이런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려 하자 학생들의 핸드폰과 카메라를 뺏었다”고 말했다. 윤리문화학과의 한 학생은 “당시 해산된 학생들은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동국대 대학본부는 지난 12월 29일, 본관을 점거했던 29명에게 △퇴학 3명 △무기정학 2명 △유기정학 5명 △사회봉사 19명의 징계처분을 했다. 징계를 받은 학생들은 재심의를 요청했고, 지난 18일에 재심의가 이뤄졌으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도움의 손길도 끊이지 않아

징계를 받은 이들의 처지를 트위터나 다음 아고라 같은 경로로 접하고 도와주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평택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를 위한 프로젝트 ‘와락’을 진행하는 정혜신(정신과전문의) ‘(주)마인드프리즘’ 대표도 그 중 한 명이다. 정 대표는 “이들의 소식을 트위터와 보도로 접했다”며 “징계를 받은 한 학생이 자신들의 처지를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와 학생들은 지난 12월 29일에 심리치료를 진행했고 1월 12일 부터 일주일에 한 번 씩 심리치료를 진행하기로 했다.

12일 저녁, 동국대 한 강의실에 (주)마인드프리즘, 재단법인 ‘진실의 힘’ 관계자들과 학생 20여명, 그리고 이 학생들을 지지하는 봉사자 3명이 모였다. ‘진실의 힘’ 재단은 인권침해피해자들의 보호와 재활치료를 돕는 일을 한다. 봉사자 박 모씨는 “동국대 소식을 듣고 도와주기 위한 방법을 찾다가 밥이라도 먹이고 싶어 먹거리를 준비했다”며 “학생들의 행동을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상담이 시작되자, 8명의 학생들은 본관 점거 강제해산 당시 느꼈던 점들과 현재 심리를 정 대표와 다른 학생들에게 말했다. 4학년 남학생은 “그 날, 새벽 용역직원이 들어왔을 때 여학생 비명소리에 잠을 깼다”며 “그 비명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자다가 고음이 들리면 무조건 잠에서 깬다”고 말했다. 본관 점거를 도중에 그만둔 한 2학년 여학생은 “꿈속에서 본관을 빠져나가는 내 뒷모습이 찍힌 CCTV화면이 보여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끝까지 같이 못해 친구들에게 너무나 미안하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상담에 참여한 윤리문화학과 학생은 “신입생이 들어오면 학교가 우리 학과를 없애려 한단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며 “철거당한 기분이고 발이 잘린 기분이다”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심리치료 현장을 참관한 한 타 대학생은 “더 이상 못 보겠다”며 “다른 학교에도 이런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어 너무 안타깝다”고 한숨을 쉬었다.

“좀 있으면 등록금심의위원회도 있고 징계받은 총학생회 인원들은 그들대로 준비한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추진력이 없어요. 이미 그들은 퇴학생이에요. 그들은 이제 이 학교에서 아무런 권리도 없고… 이들 뽑아준 학우들한테 미안하고… 전 유기정학 받았는데, 괜히 퇴학받은 친구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할 지 답답하네요”(참관하던 3학년 여학생)

두 시간여의 심리치료에 참여한 2학년 여학생은 “강제해산 당시, 학생들은 자신들이 받았던 상처에 대한 이야기보다 교직원 비난만 했다”며 “상담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얘기해서 정말 좋다”고 소감을 말했다. 정 대표는 “치료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또한 정 대표는 “학생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초기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자신 스스로 유지하고 보호하는 것이 이 치료의 목적임을 알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18일에 두 번째 심리치료를 진행했고, 그 이후에도 두 세 차례의 심리치료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19일자 경향신문 1면엔 1366명의 동국대 동문들이 "부당한 징계를 철회하고 학문구조 개편과정을 되돌아보고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을 거치라"는 내용의 광고를 냈다.

김현우 기자  withtmac@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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